"민생 나몰라라" 경기도의회, '자리 싸움'에만 골몰

78대 78 여야 동수 경기도의회…'개점휴업' 장기화
도의회 여야 원구성 협상 파행…이번 달 개원 불발
8월 원포인트 못 열면…민생 추경 외면 비난 자초
민생 잡는 경기도의회…소상공인들 조속한 개원 촉구
상인들 "골목 상황 안다면, 추경 발목 잡아선 안 돼"

경기도 수원에서 15년째 삼겹살집을 운영해온 김인수씨 부부는 요즘 '야채 좀 더 달라'는 손님의 주문이 무섭다. 한 달 전에 비해 상추는 네 배, 오이는 두 배 올랐고, 다른 야채들도 안 오른 게 없을 정도다.
 
어쩔 수 없이 김씨는 최근 고깃값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늘면서 손님이 점점 주는 것 같다"며 "값을 올리면 손님들이 더 떨어질까 하는 걱정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로나19 재유행과 고물가·고유가로 인한 민생의 고통이 극심하다. 그런데 '자리 싸움'에 눈이 먼 경기도의회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민생은 외면한 채 한 달 가까이 개원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8대 78 여야 동수 경기도의회…'개점휴업' 장기화

경기도 제공

24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78대 78'로 여야 동수가 된 경기도의회의 원 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며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도의회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의장 선출과 상임위 배분 등 원 구성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해 이번 임시회 마지막 날인 25일 본회의도 열지 않기로 했다.
 
지난 12일 첫 본회의에서 의장 선출에 실패해 5분 만에 정회한 뒤 자동산회된 상태에서 19일로 예정됐던 2차 본회의와 25일 마지막 본회의마저 무산됐다. 이달 중 개회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
 
물론 양당이 합의만 하면 회기가 없는 8월 중에라도 원포인트 임시회를 여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양당이 협상 일자도 잡지 못하는 등 입장차가 워낙 커 전망은 밝지 않다.
 
8월 임시회까지 불발될 경우 경기도가 민생안정을 위해 긴급 편성한 1조4387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 처리도 기약할 수 없게 된다. 추경안에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취임 직후 결재한 '비상경제 대응 민생안정 종합계획' 추진을 위한 2천472억원도 포함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긴급 자금 수혈이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쳐 영세 소상공인들이 입게 될 피해다.
 
김씨는 "일부는 지난해 지원을 받아 저금리로 갈아탔지만 아직도 고금리 대출이 많이 남아 있다"며 "15% 정도의 금리를 4~5%로만 낮춰줘도 가게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생 잡는 경기도의회…소상공인들 조속한 개원 촉구

연합뉴스

경기도의회의 파행이 계속되자 지난 22일 경기도상인연합회와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소속 회원 50여명은 경기도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속한 개원'을 촉구했다.
 
이들은 "경기도지사 취임 후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의지를 드러내 도내 150만 소상공인들은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나 도와 협력파트너가 돼 경제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도의회는 개원조차 못 하고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78대 78 여야 동수는 민의를 잘 살피고 협치하라는 민의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조속히 개원해 민생 예산이 적기에 집행될 수 있도록 추경안 심사에 적극 임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로 2년여간의 거리두기 여파로 저소득 자영업자 가계 대출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말 기준 경기지역 자영업자 대출액은 246.5조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 172.2조원에 비해 1.4배 늘었다.
 
또한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과 오는 9월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정부금융정책 종료 시점과 맞물려 취약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연쇄 부실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경기도는 정부의 금융정책 종료 전에 고금리 대환 및 대출한도 초과 긴급 운영자금 지원 등을 위해 이번 추경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남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박준영(37)씨는 "코로나19 정책자금(저리 대출)을 받아 카페 운영을 계속해 왔는데 최근 시설 개선이 필요해 은행에 대출을 알아봤더니 한도 초과라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경기도의회가 이런 골목 상인들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자리 싸움하느라 정책 지원에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원망의 화살을 돌렸다.
 
경기도 관계자는 "5년 짜리 저리 대출 상품으로 대환해주거나, 한도가 꽉 차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소상공인들에게 별도 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특례 보증을 해주는 것"이라며 "조금 더 버티고 싶은 소상공인들이 버틸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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