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감세하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감세'라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법안 통과가 난망한 상황이다.
민주당 "전형적인 부자감세…MB로 회귀"…법안 통과 쉽지 않을듯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인세 인하가 투자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객관적, 역사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게 민주당의 명확한 입장"이라며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도 투기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라 손을 봐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202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과표구간도 4단계에서 3단계로 단순화했다. 종부세도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가액으로 바꿨다. 다주택자 중과세율도 폐지하고 보유 주택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제 금액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아지고 특별공제를 통해 14억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해당 세제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법인세법과 종합부동산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69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 민주당이 '부자감세'라며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거나 정부안에서 상당 부분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은 이번 세제 개편안이 전형적인 '부자 감세'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20일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법인세 감세 혜택은 한 해 수십 조 이익이 나는 삼성전자 등 재벌 대기업과 금리 인상기 예대마진 폭리로 올해 1분기만 9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4대 금융지주 등에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라며 "부자 감세라고 비판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재탕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종합부동산세 개편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감세에만 몰두할 때가 아니다"라고 반대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법인세 인하가 재벌과 대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법인세 최고세율인 25%가 적용된 기업은 103개로 전체 83만여개 법인 중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주장이다. 상위 0.01% 대기업 만을 위한 혜택이라는 주장이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권 원내대표에게 묻는다. 대한민국에 과표 기준 매출 3천억 이상 이익을 내는 기업 중 법인세율이 높아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이 한 군데라도 있으면 얘기해보라"고 따지기도 했다.
종부세 완화도 '과도한 불로소득을 용인하는 구조'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민주당은 1주택자나 불가피한 2주택자를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2주택, 3주택 이상 주택에 불필요한 소비를 통해 과도한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으려고 대상까지 감세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수 13조1천억 감소…재정건전성 악화도 우려
개편안이 통과되면 세수가 대폭 감소해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세제 개편시 13조 1천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이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세제개편 이후 최대 세수감소다. 특히 법인세는 6조 8천억원이나 감소하는데 이중 대기업 비중이 4조 1천억원을 차지한다. 종부세 세수도 1조 7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자감세' 비판으로 세제개편이 좌초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앞서 이명박 정부 당시 4단계의 모든 소득구간에 대해 세율 인하를 추진했지만 최고소득구간(8800만원 초과)의 경우 두 차례 미루다가 결국 무산됐다. 당시 고소득자에게 혜택을 준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다.
한편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같은 민주당의 반대를 '정치공격'으로 규정하고 반발했다. 권 원내대표는 22일 "OECD 국가 법인세 평균이 22.5%고 점차 인하하는 추세다"라며 "법인세는 국가경쟁력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가 세율이 높고 외국이 낮으면 투자가 외국으로 몰린다"고 반박했다.
이어 "무조건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단순한 논리로 보면 안 된다"라며 "대한민국 경제가 활력을 잃은 상황에서 기업 투자를 늘려야 고용률과 질 좋은 일자리가 늘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