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의료생활협동조합을 만드는 식으로 의료인이 아닌데도 의료기관을 운영한 50대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상오)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의료법 위반,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53)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영천의 한 병원 행정실장이었던 A씨는 지난 2014년 병원 개설자의 건강이 악화하자, 의료생협 가입 의사가 없는 사람들에게 명의만 빌리는 식으로 414명의 조합원을 모아 허위 의료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조합 명의로 이 병원을 수년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행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료생활협동조합 명의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다.
A씨는 2019년 기존 병원 개설자가 사망한 뒤에도 공동 개설자 B(95)씨의 이름을 빌려 병원 개설자로 등록하고 실제 운영은 자신이 맡고 B씨에게 월급을 줬다.
A씨가 병원을 운영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부정하게 받은 요양급여, 의료급여 등 보조금은 약 10억 원에 달한다.
A씨는 약국 역시, 비의료인인 자신이 운영하고 약사 C(55)씨에게 월급을 주는 식으로 불법 운영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급여비용 등 약 12억 원을 부정 수급받았다.
재판부는 "부정하게 받은 요양급여비와 간접보조금의 액수와 기간에 비추어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 건전한 의료질서를 어지럽히고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고 피해 회복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 병원과 약국은 주로 한센병 환자들이 이용하던 곳으로, 병원 개설자의 건강 문제와 약국 운영자의 일신상 문제로 운영이 어렵게 되자 A씨가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하려다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 행위는 의사인 B씨가, 약 조제 행위는 약사인 C씨가 한 것으로 보아 특별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고 실제 A씨가 취득한 이득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C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