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일한 공공 산후조리원인 서울 송파구 산모건강증진센터 운영중단 공지에 지역 임신부들이 반발하자 송파구청장이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서는 등 진땀을 흘리고 있다.
송파구보건소는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구청 방침에 따라 산후조리원 운영 중단이 예정돼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출산 예정일이 오는 9월25일에서 10월1일 사이인 임신부들을 끝으로 추가 이용이 사실상 중단된다.
그러자 산후조리원 예약을 준비하던 임신부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온라인 육아 카페를 중심으로 가뜩이나 비싼 민간 산후조리원 예약도 어려운데 비교적 저렴한 공공 산후조리원이 사라지면 지역주민 임신부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인구절벽 위기에 출산율이 저조하다며 각종 출산지원 정책을 강조하던 정부와 지자체가 태세를 바꿔 시민들에게 '각자도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산후조리원 120곳의 일반실 평균 이용요금(2주 기준)은 386만원인데 비해 송파구 공공 산후조리원의 경우 구민은 190만원, 타지역 구민은 209만원으로 송파지역 평균 이용요금인 314만원의 60%, 서울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14년 송파구가 전국에서 처음 도입한 공공 산후조리원인 송파구 산모건강증진센터는 이같은 가격 경쟁력에 민간 시설 못지 않은 운영으로 지역 임신부들의 예약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공공에서 운영하다보니 지속적인 시설과 서비스 개선으로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를 출산해 산모건강증진센터를 이용한 김모(31)씨는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 사이에서 송파구 조리원은 우선순위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라며 "가격대비 시설과 서비스 면에서 대체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강씨는 "공공 산후조리원이 지자체에서 직업 운영하다보니 미흡한 부분은 민원을 통해 개선 요청을 하면 비교적 잘 시정이 되는 것 같았다"며 "뉴스에서 조리원 신생아실 사고를 접할때마다 우리 아이는 괜찮을까 걱정이 앞서는데 아무래도 공공 시설이라는 점에서도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논란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경제정책 기조인 '민간중심 경제 전환'으로 불똥이 튀었다.
지역 임신부들의 산모건강증진센터 운영 중단 방침에 불만이 쏟아지자 서강석 송파구청장이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로 면피성 해명을 하면서다.
서 구청장은 논란이 커지자 22일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운영중단 관련보도 입장문'을 내고 지난 7월 1일 송파구청장 취임 이후 산모건강증진센터 운영중단 방침을 수립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월 (구청장 당선인)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가 연간 10억씩 누적되며 이용인원도 27실 중 반도 차지 않는 등 이용률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산후조리원은 공공부문보다 민간경제부문의 영역이므로 민간에 넘기는 것이 좋다는 인수위 건의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일 언론 보도 이후 즉시 송파산모건강센터를 방문해 코로나 때에는 비어있던 27개 산모실이 최근들어 모두 차고 예약도 대기중인 것을 직접 확인했다며 "송파공공산후조리원은 지속 운영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인수위가 코로나19 여파로 감염병 확산을 우려해 집단시설을 기피하던 당시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특정 기간 산모실이 비고 이용률 감소로 적자폭이 확대됐다는 논리로 공공 산후조리원을 민간에 넘기도록 했다는 점에서도 면피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구청장은 "전문성이 부족한 송파구 시설관리공단에서 직영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전문의료기관에 위탁해 최고의 산모건강서비스 수준을 제공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향후 그런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해 전문병원 등 민간위탁 추진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민간위탁시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민간시설 수준에 근접한 이용요금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송파구 공공 산후조리원을 두고 민간 조리원 업계에서 구립 직영 방식과 저렴한 이용요금에 대한 민원이 여러차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출산을 장려하며 구민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 서비스가 수익추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송파산모건강센터의 인기와 각 지자체의 운영 노하우 문의에도 불구하고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은 서울에서는 송파구가 유일하다. 전국적으로는 13곳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8년이 지난 올해 말 서대문구가 두 번째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운영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우리도 공공 산후조리원에 대해 많이 알아보고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도 해봤지만 예산 마련 문제와 지역 업계에서 반발해 결국 실행되지는 못했다"며 "현재 정부의 기조도 그렇고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