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에 반대 입장을 펼쳐 온 경찰 직장협의회와 21일 간담회를 열었다. 4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자리에서는 그간 경찰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 결과와 경찰의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윤 후보자가 후보자 지명 이후 직협 대표단을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 직원들의 건의 사항 등 숙원 과제 해결에 대해선 긍정적 반응이 나왔지만, '경찰국'에 대한 의견 차는 여전해 조직 수습에 대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이다. 직협은 대국민 홍보전 등 반대 행동을, 총경급 경찰관들은 집단 회의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윤 후보자 주재로 전국 직협 대표 20명, 경찰청 노조 대표 2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본청 1층 문화마당에서 간담회가 개최됐다.
간담회는 지난 15일 행안부에서 발표한 경찰제도 개선방안과 관련 윤 후보자가 그간의 논의 경과와 발표안의 주요 내용 등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경찰발전 방안에 대해 참석자들 간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윤 후보자는 간담회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경찰제도 개선과 관련한 우리 경찰청의 입장을 정리하고 논의해오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여러분의 기대를 온전하게 충족하진 못했지만 우리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협 대표들이 그동안 삭발식과 단식, 삼보일배 등을 반대 행동을 해온 것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거리 질서를 유지하는 우리 동료가 폭염 속에서 거리로 직접 나선 모습을 보며 한없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표현 방법은 다를지라도 모두가 경찰에 대한 깊은 충정과 경찰관으로서의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잘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구호에 머물렀던 오랜 숙원과제들을 이른 시일 내 현실화하고, 한 분 한 분께서 제복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데 제 남은 경찰 생활의 모든 걸 바치겠다"며 "이제 지휘부를 믿고 그동안 논의과정에서 보여주신 에너지를 경찰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모아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기존 종료 시간인 오후 2시를 1시간 20분 넘겨 진행됐다. 직협 측은 향후 경찰 통제와 관련 경찰의 중립성과 책임성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장경찰관 처우개선, 승진제도 개선 등 조직의 오랜 숙원과제들에 대한 윤 후보자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경찰국'에 대해선 직협 측은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직협 관계자는 "의견 수렴도 늦었고 지휘부의 대응도 늦었다"며 "경찰국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자리에 참석한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경찰국 관련 약간의 서로 의견 차이가 있으니 그 부분은 평생선을 달린 것 같다"며 "다만 내부 현장직원들의 건의사항, 행안부가 해주겠다는 부분들에 있어선 긍정적인 검토를 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결국 일선의 숙원 과제들인 공안직급 보수 인상, 복수직급제 도입 등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으나 '경찰국'에 있어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린 셈이다.
윤 후보자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전국에서 오신 대표분 들을 포함해 저도 그렇고 정말 국민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나눴다.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오늘 들었다"며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같다는 공감대를 가졌다"라고 밝혔다.
윤 후보자와 직협 간 소통이 이뤄지긴 했지만 향후 조직 수습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회장단은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서울역, 용산역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현장 지휘관들이자 간부급인 총경급 경찰관들 역시 오는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 예정이다. 앞서 전국 총경 600여명 중 400여명은 단체 채팅방에 모여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이들의 집단 목소리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후보자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와 관련 "대략적인 건 보고 들어서 알고 있다. 얼마든지 다양한 목소리 낼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총경이란 위치는 다르기 때문에 그게 최선인지 좀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