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현실"…미 핵사령부 비밀회의에 북핵 상정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위협을 심층 평가하기 위한 비밀회의를 개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州) 오마하에 위치한 미국 전략사령부에서 지난 5월 23일부터 이틀간 정보·군 당국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오마하 전략사령부는 해외 핵 강대국의 핵사용 억제를 위해 핵무기 전략을 수립하고 운영을 담당하는 국방부 산하 핵사령부다.
 
이 곳에서 오로지 북한의 핵무기만을 주제로 대응회의를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 동안에는 매년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에 대한 토론회만 개최돼 왔다.
 
그만큼 북한의 핵위협이 억제를 해야 할 실존적 대상이라는 것을 미국 정부가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매체는 이번 회의 참석자들의 견해는 달랐지만, 회의의 공통된 메시지는 명확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정책 목적은 유지하더라도 북한의 핵무기가 너무 발전한 이상 정책의 우선순위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막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탓인지 이날 특종기사의 제목으로 "미국, 북한 핵무기라는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다"로 뽑았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교수의 인터뷰도 이 같은 분위기를 더한다.

이 회의에 참석한 그는 "북한이 더 이상 (핵)비확산이나 (핵)군축상의 도전이 아니라 억제상의 도전이라는 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게 됐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이벤트였다"고 말했다.
 
한 미군 고위 관계자는 회의 석상에서 북한이 조만간 핵을 포기할 가능성에 대해 "제로(0) 퍼센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번 회의는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과 군 관련 모든 첩보를 관장하는 국방정보국(DIA) 공동주최로 열렸다.
 
국가정보국장실은 국가 안보에 대해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기관이고, 국방정보국은 미군에 외국 군사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회의 참석자 가운데 한명인 전(前) 국가정보국장실 북한 담당 정보 분석가 마커스 걸러스커스는 "가까운 시일내 핵무기 쏠 것 같은 유일한 나라는 바로 북한이다"고 말했다.
 
특히 회의 참석자들은 북한이 전술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점을 주목했다고 한다.
 
전술 핵무기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형 핵무기를 말한다.
 
북한은 전술 핵무기를 남쪽으로 전진 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남-북한간 충돌은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합뉴스

회의 첫날 일부 참석자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력 충돌 초기에 미국과 남한 정부를 묶어놓기 위해 전술핵을 사용하는 시나리오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또 다른 참석자들은 김 위원장이 미국과 남한이 자신을 제거하려고 한다고 판단할 경우 전술핵을 사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고 한다.
 
게다가 북한이 미국을 사정거리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도 주요 위협요인으로 꼽혔다.
 
북한이 남한을 전술핵으로 공격해 결정적 승기를 잡는 동시에 미국의 (핵)보복 위험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걸러스커스는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경우 북한은 제한된 전술핵 사용이 정권의 붕괴가 아닌 생존을 보장하는 열쇠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의 참석자들은 미국의 북핵 전략을 수정하는 방안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이번 회의 결과가 미국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나 국방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안키트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선임 연구원은 "이틀간의 회의가 끝나고도 과연 김정은이 핵의 제한적 사용을 할 수 없는 처지인지, 아니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빠져나갈 수 있는 실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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