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20일 각각 공부모임과 토론회를 개최하며 세 과시에 나섰다. 최근 두 의원 모두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설이 흘러나오며 차기 당권 경쟁에 불을 붙였는데, 공교롭게 두 의원의 행사장도 나란히 붙어 있어 미묘한 경쟁구도를 이뤘다.
먼저 김기현 의원이 주최하는 '혁신 24 새로운 미래(새미래)'는 이날 오전 7시 30분 세 번째 세미나를 열고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초청해 한국 경제의 진단과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모임에는 국민의힘 의원 56명이 참석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절반 가량이 모임에 참석한 셈이다. 행사장에서는 "의원총회 때보다 더 많이 온 것 같다"는 의원들의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있는 김 의원은 이날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국정 동력도 약해지고 있다"며 "이런 절박한 위기감을 우리가 스스로 느끼면서 뭔가 달라지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새 지도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 의원의 공부모임이 끝난 직후인 오전 9시에는 안철수 의원이 주최하는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가 바로 옆 행사장에서 열렸다. 안 의원의 토론회에도 국민의힘 의원 35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다만 이날 오전 9시 30분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예정돼 의원 다수는 토론회가 시작되자 자리를 옮겼다. 안 의원은 "오늘 의원총회뿐 아니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갑자기 잡혔는데 의원들이 거의 못 오시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의원의 모임에 초청된 연사를 두고서도 미묘한 기싸움이 읽힌다. 안 의원은 이전 토론회에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초청한 것에 이어 이날은 유웅환 전 인수위원이 발제를 맡았다. '인수위 시즌2'를 내세우며 윤석열 정부에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의 '지분'을 강조하는 것의 연장선상이다.
이에 김 의원은 오는 27일 공부모임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 북한 문제와 국제 정세를 주제로 강연을 열 계획이다. 권 장관 초청은 앞선 공부모임 안내에서 공지되지 않았던 일정이다. 김 의원은 권 장관의 참석과 관련해 '민들레 때 정부 측 참여자가 오면서 의견 전달 통로가 다양화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지적에 "정부 측하고 여당하고 아무런 교감 하지 말란 말이냐"며 "지금 당장 통일부 관련 현안들과 대북 문제가 심각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 의원은 이날 토론회 직후 차기 지도체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조기 전당대회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당내 사정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 목소리가 있어 내일(21일) 입장을 밝힐 생각"이라며 "(이준석 대표의 행보 등) 문제를 다 포함해서 내일 말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안 의원이 지도체제 방향성에 대해 공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안철수 당대표-장제원 사무총장 설'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이날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은 두 모임에 모두 불참했다. 특히 장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설에 이어 최근에는 김기현 의원과의 이른바 '김장연대'설이 퍼지고 있어 참석 여부에 눈길이 쏠렸다. 장 의원은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연대설에 대해 "지금 전당대회가 있지도 않은데 그런 조어를 만들어내고 너무 심하다"며 "그런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