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지만, 여권에서는 마땅한 반등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각종 정책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인사 문제에 메시지 관리 실패, 당 내홍까지 겹치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반전 계기를 '이재명 등판'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3.4%, 부정평가는 63.3%로 나타났다. 6월 4주차 조사 때, 긍정·부정 평가가 역전되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이후, 꾸준하게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39.1%)도 더불어민주당(44.2%)에게 밀렸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을 앞선 것은 약 1년 6개월 만이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0%p다. 조사방법은 무선(97%)·유선(3%) 자동응답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최근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은 잇따른 인선 낙마 및 사적 채용 논란 등 인사 문제와 이에 대응하는 메시지가 부실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특히, 당내에서는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가까운 통신설비업체 대표의 아들이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으로 채용된 것을 두고 자신이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다"거나 "9급이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는 식의 해명을 한 것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료 출신의 한 의원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특혜로 비춰질 여지가 다분한데, 별정직 공무원 채용 절차를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려는 노력이 너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당대표의 당원권 정지 이후 후폭풍은 필연이었지만, 흔들리는 민심을 다독이려는 당 차원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관심사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 당권 다툼에 쏠려있는데, 지지율이 더 밑바닥을 쳐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또다른 의원은 "차라리 이준석 대표가 있었다면, 내부총질이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당내 토론이 벌어지고 기존 정치 문법과는 다른 목소리가 국민들에게 전달됐을 텐데, 지금은 대통령실을 제대로 옹호도 비판도 못하며 갈피를 못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반전 모색을 위해 연일 탈북 어민 북송 문제를 띄우며 전임 정부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민생 경제 활력을 목표로 당정협의회, 물가민생안정특위 등을 가동하고 있지만, 반향은 없는 상태다. 유류세 추가 인하 등 기 발표된 정책 외에 고물가 상황을 해결할 새로운 정책은 아직이고, 소득세·부동산 세제 개선 등은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 초선의원은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며 밴드왜건 효과가 생긴 것인지, 정부여당이 무엇을 하든 일단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당에서는 북송 문제를 띄우며 이슈 전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지만, 큰 효과는 없는 게 사실"이라며 "지금 당장 반등을 노릴 만한 뾰족한 수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에서는 한 달여 남은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선출을 반전 카드로 꼽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이재명이 싫어서 윤석열을 뽑았다'는 경험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최상의 극약처방"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출마 선언한 직후부터 6가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의원에 대한 공세를 더 확장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는 것은 19대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가 패배 이후 당심을 업고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된 상황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리도 민심과의 괴리를 수습하는 데 4년이나 걸렸는데, 민주당도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