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출범 4주차를 맞고 있지만 전남 여수시는 여전히 인수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는 등 다른 지자체보다 시정 인수가 현저하게 늦어지면서 시청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여수시에 따르면 민선 8기 여수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9일 처음 구성된 이후 한 달 넘게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인근 순천시장직 인수위원회는 민선 8기 출범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16일 간의 활동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공개하며 노관규 시장의 임기 시작과 함께 인수위 활동이 종료됐다.
순천시장 인수위는 24일간 4개 분과로 나눠 부서별 현안업무를 보고받고 선거기간 발표한 공약을 점검한 뒤 11개 분야 42개 세부 공약으로 정리했다.
인근 광양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순천보다 하루 빠른 지난달 29일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115건의 공약을 채택하면서 20여일 간의 활동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처럼 인근 순천시와 광양시는 물론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민선 8기 시작과 함께 공약을 발표하고 시정 비전을 제시하면서 힘찬 출발을 알렸다.
이에 반해 여수시장직 인수위원회는 정기명 시장 취임식 전날 중간보고를 통해 '남해안 거점도시 미항여수'라는 도시 비전만 발표한 이후 세부 공약을 확정하지 못하고 오늘로 40일째 활동 중이다.
이처럼 정기명 여수시장의 공약이 확정되지 않다보니 각 부서는 민선 7기 권오봉 전임 시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사업을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은 여수세계박람회장 사후활용이다. 전임 시장 당시 여수시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박람회장을 여수시가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고 전남도와 협의를 통해 여수광양항만공사 주도의 사후활용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여수시가 박람회장을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 외곽에서 공론화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했지만, 정작 논의의 주체가 되어야 할 여수시는 정 시장의 공약이 불명확하다보니 이러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시청사 별관 증축과 관련해서도 여수시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공무원 노조는 물론 상당수 시민들이 청사 기능 통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반해 정 시장은 시급하지 않은 현안이라면서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까지 어떻게 의견을 모을지 구체적인 방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8일자로 이뤄진 민선 8기 첫 번째 인사에서도 정 시장은 승진 요인이 적어 소폭으로 이뤄진데다 조직 안정에 방점이 찍힌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전대 법대 동문 모임으로 구설에 오른데다 공로연수가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간부공무원이 핵심 요직을 차지한 것은 학연에 따른 인사상 배려를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임 시장 시절 인구 감소와 시정 불통을 비판하며 시정을 책임지게 된 정 시장이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면서 정작 시정 방향 제시 등 산적한 현안에 늑장 대응하면서 시청 안팎에서는 "언제쯤 시정에 대한 공부가 끝나느냐"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