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공터…평택항 배후부지엔 항만이 없다?

[항만, 부동산 투기 놀이터 되다⑤]
평택당진항 배후부지 가보니…공장·창고·화물차 차지
배후부지에도 공장·주차장 등 '지원시설' 입주 가능
하지만 현장에선 "낙후된 곳…항만은 없다"

▶ 글 싣는 순서
①'나라 땅도 내 땅'…항만배후부지 손에 넣은 재벌가
②'350억 쓰고 1억5천만원 돌려받아'…민간에 다 퍼준 항만 개발
③'평택항 특혜'의 핵심 키워드…규제 뚫은 '부대사업'
④'과실? 묵인?' 알짜 배후부지 '개인소유권' 내준 평택시
⑤ 주차장·공터…평택항 배후부지엔 항만이 없다?
(계속)
평택당진항 배후부지에 조성된 화물차 주차장으로 화물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정성욱 기자

지난 12일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배후부지에선 매캐한 매연 냄새가 났다. 바다와 맞닿은 곳이지만 인근 공장과 화물차량이 내뿜는 매연이 바다 내음을 눌렀다.

차선이 닳아 지워진 도로 위로는 화물트럭이 줄지어 지나갔다. 트럭이 들어간 공장과 창고에선 지게차 작동음이 들렸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A씨는 "주변은 다 일반 공장이나 창고다. 항만이나 관련 시설은 없다"며 "화물차만 다니고 사람 구경도 못한다"고 말했다.

평택당진항 동부두 내항 배후부지 전경. 박철웅 PD

평택당진항 배후부지는 12만㎡(A·B·C구역) 규모로 2010년 조성됐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된 이 사업에는 정부예산 350억원, 민간자본 1330억원 등 총 1680억원이 투입됐다.

항만 배후부지에는 창고나 제조공장, 주차장 등도 입주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엔 선박이나 항만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항만법상 지원시설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선 1천억원이 넘는 자본을 들여 만든 평택당진항 배후부지가 사실상 낙후돼 방치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평택당진항 배후부지 곳곳에는 공장과 창고가 자리 잡고 있다. A구역(5만여㎡)은 타이어 공장과 화물차 주차장, 보세창고로 이용되고 있다.

화물차 주차장에서 만난 운전기사는 "업체와 계약을 맺은 화물차량만 이곳에 주차할 수 있다"며 "다만 그렇게 돈을 들여서 만든 땅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평택당진항 배후부지(A구역)에 조성된 보세창고 부지. 현재는 공터로 비어 있는 상태다. 정성욱 기자

A구역에 있는 축구장 2개 크기의 보세창고는 공터로 비어 있었다. 녹이 슨 컨테이너 1개 동 외에 특별한 시설물은 보이지 않았다. 시멘트로 포장된 바닥을 뚫은 잡초는 성인 무릎 높이까지 자라나 있었다. 잠긴 철문 너머로는 색바랜 핫팩봉투도 보였다.

C구역(3만여㎡)에는 철골 제조공장이 들어서 있었다. 마당에는 대리석 형태로 된 자재들이, 공장 안에는 철근이 쌓여 있었다.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은 "그냥 직장이니까 다니는 것이지, 여기가 배후부지인지는 모르겠다"며 "다만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인 것 치고는 아무 것도 없는 동네"라고 말했다.

평택당진항 배후부지 한 제조공장 부지에 쌓여있는 자재들. 정성욱 기자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민간투자사업은 일부 재벌가 등의 땅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6년 입찰 당시 법인 명의로 부지가 낙찰됐지만, 2010년 완공된 이후에는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회장, 박장석 전 SKC 상근고문 등을 포함한 개인 소유로 지분이 쪼개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부대사업'이라는 특수한 형태로 사업이 시행되면서, 민간업체들은 금싸라기로 불리는 배후부지를 시세보다 3분의 1 수준의 원가로 저렴하게 사들일 수 있었다.

CBS노컷뉴스 보도 이후 사업 관할청인 해양수산부는 당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규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허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관할 지자체인 평택시는 당시 토지 매입을 허가했던 세부 절차 등을 점검하는 등 진상 파악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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