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연속 미 10세 임신소녀…충격→날조→성폭행범 체포

뉴욕타임스 15일(현지시간) 1면. 왼쪽 사이드톱 기사로 오하이오 10대 성폭행 피해소녀 이야기가 실려있다. NYT캡처
미국에서는 성폭행당한 뒤 임신한 오하이오 10세 소녀 이야기가 언론과 정치권을 매일같이 달구고 있다.
 
이 사건이 사회적 이슈인 낙태권 문제와 맞물려있을 뿐 아니라 낙태 찬성 진영에서 이번 사건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가 수세에 몰리는 등 반전이 이어지면서다.
 
이 사태의 발단은 인디애나주 지역 언론사인 '인디애나폴리스 스타'의 지난 1일 보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신문은 인디애나폴리스의 산부인과 의사가 오하이오주에서 낙태를 하러 온 10살 성폭행 피해자의 낙태수술을 집도했다고 보도했다.
 
성폭행 피해자의 거주지인 오하이오주는 임신 6주 이상의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는 연방대법원의 지난달 결정에 따라 낙태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중이었다.
 
따라서 임신 6주 3일이 경과한 이 10대 소녀는 낙태 시술이 가능한 인접 주로 이동해 수술을 받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8일 낙태권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 피해자의 사례를 거론해 전국적으로 이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낙태 반대 진영에서 이 보도를 허위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성폭행 사건발생 여부, 가해자 등에 대한 추가 보도가 나오지 않자 가짜뉴스로 낙인찍으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공화당 정치인들 뿐 아니라 보수매체인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까지 가세했다.
 
특히 오하이오주 데이브 요스트 법무부 장관까지도 사건의 허위,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인 글렌 케슬러마저도 '인디애나폴리스 스타'의 보도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확인이 매우 까다로운 보도라고 평가했다가 독자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렇게 공방이 무르익어갈 무렵 이번엔 성폭행범 체포소식이 갑자기 전해졌다.
 
오하이오주 지역언론인 '콜럼버스 디스패치'의 기자가 범인 거숀 푸엔테스(27)가 12일 체포돼 다음날 지방법원에 출석했다고 13일 특종 보도한 것이다.
 
범인은 이 소녀를 최소 2차례 성폭행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인까지 나오면서 사건의 허구 가능성을 제기했던 보수 언론은 궁지에 몰리자 이번에는 범인이 불법이민자라며 외국인 혐오로 프레임을 덧씌우려했다.
 
그러나 과테말라 출신인 푸엔테스가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중이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공화당 소속인 토드 로키타 인디애나주 법무부 장관의 경우는 인디애나폴리스의 산부인과 의사가 수술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산부인과 의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역공을 취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날 산부인과 의사가 수술 3일 이내에 보건당국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지켰다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경과를 이날 1면 머릿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이 신문은 "정치화된 내러티브(서술)은 기자들이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빨리 진화했고, 사실과 무관하게 그 자체의 뉴스 소비를 부채질했다"며 "이 사건은 매우 당파적 쟁점이 있는 한 편의 기사가 어떻게 열띤 토론의 초점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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