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출국을 금지시켰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서훈 전 원장의 경우 입국 즉시 검찰에 통보되도록 조치했다. 문재인 정부 대북 관계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재빠르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은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출국금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은 박 전 원장에 대해서는 출국금지를, 서 전 원장에게는 입국시 통보 조치를 법무부에 요청했고, 법무부도 이를 승인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조사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내려진 조치인 만큼, 소환 통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에서 키맨으로 꼽힌다. 국정원은 지난 6일 두 사건과 관련해 박 전 원장과 서 전 원장을 각각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먼저 국정원은 박 전 원장이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발생 당시 '월북'이 아닌 '표류' 쪽에 무게를 싣는 첩보 보고서가 작성되자 이를 삭제토록 지시했다고 보고,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를 고발장에 적시했다.
서 전 원장에게는 2019년 11월 '탈북어민 북송' 사건 때에 통상 보름 이상 소요되는 탈북자 합동 신문을 사흘 만에 종료시키고, 이들의 귀순 의사를 왜곡·조작해 강제 북송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허위 공문서 작성)를 적용했다.
검찰의 이번 조치로 박 전 원장의 출국은 1개월간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원장의 경우 귀국할 때 공항에서 즉시 검찰로 입국 사실이 통보된다. 서 전 원장에 대해서는 추후 검찰이 출국금지 등 필요한 조치를 추가로 취할 수 있다. 서 전 원장은 지난달 중순 관광비자로 미국에 출국해 현재까지 머물고 있다. 이밖에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이영철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 등 해외에 체류중인 다른 사건 관계자들에게도 입국시 통보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가, '탈북어민 북송 사건'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가 맡고 있다. 수사팀은 고발장을 접수한지 일주일 만인 지난 13일 국정원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날은 윤승현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인권침해지원센터장이 검찰에 나와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 고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문재인 정부 당시 대북 관계 전반이 사법 처리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한편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원위원회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을 상대로 정부합동조사 결과 보고서와 북송 어민 진술서 등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인권위가 2019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인권위가 '탈북어민 북송'과 관련한 인권침해 진정 사건의 각하 이유를 법원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인권위의 각하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고, 이후 인권위 항소로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