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불법 투견 사육장 적발에도 관할 당국이 개들을 구조할 수 없다.
12일 관할 구청 등에 따르면 대구 북구는 지난 5일 동변동에서 투견 목적으로 의심되는 사육시설을 적발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업주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당시 현장에는 동물학대 용도로 의심되는 러닝머신과 철제 사육장이 발견됐다. 보통 투견용 개들은 러닝머신에 묶여 강제로 달린다.
투견용으로 사육되는 개들을 발견했지만 정작 이들을 시설에서 빼내거나 업주와 분리 조치하지 못했다. 개들의 위생상태 등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 역시 지난달 3일 매호동, 20일 가천동에서 불법으로 의심되는 투견 사육시설을 적발해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북구 투견 사육장과 마찬가지로 당시 현장에는 러닝머신과 주사기가 발견됐지만 시설 안 투견들의 건강은 양호했다.
통상 투견 목적으로 기르는 개는 그 목적상 최상의 건강 상태로 관리되는 탓에 동물보호법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현행 동물보호법 14조는 격리(구조와 보호) 대상을 "학대를 받아 적정하게 치료·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동물"로 제한하고 있다.
투견은 법이 정한 격리 기준에서 대부분 벗어나 있다.
실제로 북구 동변동 사육시설의 경우 구청이 투견들의 질병을 확인하기 위해 키트 검사까지 진행했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어 격리를 시행하지 못했다.
적절한 시기에 격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찰 수사 기간 소유주가 불법 사육 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겨 버리기도 한다.
구청 관계자는 "지자체가 투견 사육장에서 현행법 기준의 학대 혐의점을 바로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며 "경찰 수사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소유주가 개를 옮길 시간만 벌어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와 전문가들은 격리 조치가 늦어질 때의 문제점을 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물권연구변호사 단체 PNR 서국화 대표는 "투견은 불법인데도, 투견 목적으로 사육하는 건 막기 힘든 게 현행법 실정"이라며 "투견 사육장처럼 향후 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앞으로 할 가능성이 명확할 경우 격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느슨한 현행법이 가장 큰 문제"라며 "투견 목적으로 기르는 행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현행법 격리 기준은 (여러) 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다"며 "건강 상태가 양호한 개를 격리했다가는 해당 기초자치단체가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