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낙마에 금융위도 청문회 없이…尹정부 경제라인 어쩌나

자진사퇴 의사 밝힌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황진환 기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자진 사퇴의사를 밝히며 윤석열 정부 들어 장관급 인사가 네 번째 낙마했다.
 
새정부의 정책금융을 책임질 금융위원장에는 김주현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 중심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기업과 시장중심의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던 윤석열 정부인데, 정권 시작부터 경제라인 구축에 애를 먹으며 2달이 넘도록 정상 가동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2달 만에 지명됐지만…'부담감' 넘지 못한 공정위원장 후보자 결국 자진 사퇴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0일 후보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서는 드물게 공정거래위원회나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 공무원이나 경제학과 교수 출신이 아닌 법대 교수인데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던 인물이어서 자진 사퇴 또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송 후보자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장경제 보호, 규제 혁신, 공정위에 대한 시장의 신뢰 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의 인연 논란과 별개로, 자신의 평소 소신이 이번 정부의 기조와 부합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자신이 공정위원장 적임자임을 보여준 것이다.

 
황진환 기자

하지만 과거 교수 시절 발생한 성희롱 논란을 비롯한 후보자직이 주는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결국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다른 경제 관련 부처장들보다 인선에 신중을 기한 탓에 후보자 지명이 정부 출범 2달 가까이 지난 4일에서야 이뤄졌는데, 송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이른바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의 수장 자리는 상당기간 비어있을 수밖에 없게 됐다.
 
경제질서를 확립하는 역할을 하면서, 경제정책의 기본 틀을 만드는 기재부와 함께 경제부처의 양대 축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정위의 위원장 공석기간 장기화는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정책금융 책임자' 금융위원장도 초유의 '청문회 패스' 논란


11일 임명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사상 최초로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된 금융위원장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경우 금융시장 안정과 함께 정부의 정책금융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위원장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국회 원구성 지연을 이유로 청문회 없이 임명이 이뤄졌다.
 
민생 경제 현안이 많아 더 이상 금융위원장 자리를 비워둘 수가 없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지만, 정책이 흔들릴 경우 충분한 검증 없이 임명됐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지게 됐다.
 

역대급 경제위기에도 아직 꾸려지지 않은 경제라인업…"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 늦어질 듯"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황진환 기자

주요 경제부처 기관장의 인선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은 탓에 경제 위기 대응에 대한 우려 또한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요인으로부터 비롯된 물가 고공비행과 경기침체 전망이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으로 인한 금리상승 압박, 원화가치 하락 등 경제 관련 숙제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온 탓이다.
 
이로 인해 현재 경제 상황이 짧게는 글로벌 경제위기, 길게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에 비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시기인 만큼 주요 경제부처장과 대통령실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일부 자리는 비어있고, 또 일부 인사는 이제야 임무를 시작한 것이다.
 
공정위의 경우 새 위원장을 임명하지 못해 대통령 업무보고, 제재 심의 등 정상적인 업무 진행이 어려워진 데다, 비어있는 요직에 대한 인사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고 있는 것은 우려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보건정책 수장인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 또한 연이은 후보자 낙마로 인해 비어있기 때문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성희롱 논란에 대한 해명이 본인과 대통령실을 통해 이뤄졌고, 후보자에 대한 관심의 초점이 정책적인 부분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시기에 사퇴를 결정한 것은 아쉽다"며 "정책 방향성이 지난 정권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어 늘공(정통 관료)이 아닌 교수 출신을 내정했을 텐데 이번 낙마로 인해 개혁적인 인물이 다시 후보로 낙점되기가 어려워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각종 현장을 오가면서 '물가에 최우선해 대응하겠다', '민생을 다잡겠다'면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함께 호흡을 맞출 장관들이 없다보니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주요 장관 인선이 이번 달에도 마무리되기 어려워진 만큼 속도감 있는 경제정책 추진도 그만큼 늦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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