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정권 시절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았던 유정식(83) 씨가 47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이원범 한기수 남우현 부장판사)는 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이후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유정식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고령의 유 씨는 이날 휠체어를 타고 직접 재판에 참석했다.
재판부는 "유 씨의 자백과 법정 진술 모두 증거 능력이 없어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라며 "우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유 씨는 지난 1975년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이던 유학생들이 간첩 활동을 했다는 재일교포 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중앙정보부에 연행됐다. 이후 1심에서 사형, 2심과 3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여 년을 복역했다.
이어 이날 47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유 씨의 진술은 허위였고, 이에 따라 오판의 가능성과 임의성에 다툼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럴 경우 검찰에서 유 씨의 임의성을 증명해야 하는데 증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 말미에 유 씨에게 "덧붙여 과거의 명예를 뒤늦게나마 회복해서 앞으로 걸어 갈 삶에 유익이 되고 위로가 되길 바란다"라며 "피고인과 변호인도 참 수고가 많았다"라고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