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당 대표의 공천·인사 권한을 건들지 않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출마와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당내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과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기류에 견제구 날리고 있다.
우상호도 이재명에 손?…"공천권 계속 당 대표에"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지도체제는 현재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으로 얘기를 들었다"며 "당 대표의 권한을 약화한다고 우려하는 분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이어 "최고위원 권한을 강화하지 않는다"며 "공천권과 인사권에 관한 당 대표의 권한을 약화하는 방안은 전혀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당 운영 측면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상의하는 범위만 넓힐 뿐, 핵심 권한인 공천권·인사권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계속 당 대표에게 맡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당 지도부가 사실상 이재명 의원의 출마 길을 열어준 꼴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뽑는 현행 방식으로 대표에게 권한이 집중된다는 특징이 있다. '어대명'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 의원이 2년 뒤 있을 총선에서 공천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이재명 의원의 출마 가능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앞서 한 친명(親이재명)계 의원은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가장 먼저 단행할 당 혁신 과제가 '정치교체' 문제인데, 공천권한을 최고위원들과 나눠 갖게 되면 이 의원이 굳이 당권에 도전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역설한 바 있다. 이 의원이 막판까지 출마를 고심한 이유가 지도체제 변경 여부였는데, 이 문제가 매듭지어지면서 더 이상 출마를 미룰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97그룹 단일화?…박지현도 출마하며 '이재명 저격'
대신 97그룹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 의원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강병원·박용진·강훈식 의원 등이 8·28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들은 대표적인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 이인영 의원과의 사전 교감 하에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97그룹 개별 세력은 대권주자였던 이 의원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이들이 단일화할 가능성도 있어 견제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훈식 의원은 3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다른 97주자들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의 당 대표 역할은 분열 극복, 170석 운영 능력, 미래 비전 제시"라며 "그런 능력을 갖춘 분들이라면 테이블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6·1 지방선거를 전후해 당내 논란의 핵심에 섰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도 지난 2일 출마를 선언하며 당권 경쟁에 끼어들었다. 특히 한때 친명계로 분류됐던 박 전 위원장은 이날 '분당'까지 언급하며 이 의원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당내 계파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의원들이 말하고 있고, 분당의 우려도 있다고 한다"며 "저도 그에 동조한다"고 말했다.
한편,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4일 전체회의에서 전당대회 지도부 형태 및 선출 방법에 대한 기본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전준위 측은 선거인단 구성 비율에서 일반국민의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