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한 임윤찬이 30일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캠퍼스 이강숙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신들린 연주를 보여줬던 콩쿠르 때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이런 자리가 익숙지 않은 듯 연신 쑥스러워하는 18살 앳된 소년이 있을 뿐.
이번 콩쿠르에서 신작 최고연주상과 청중상까지 받은 임윤찬은 "지금도 저는 달라진 게 없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실력이 는 건 아니니 계속 연습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본인의 콩쿠르 영상을 본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콩쿠르 기간 유튜브 등을 다 지워서 보지 못했다. 사실 지금도 콩쿠르 때 제 연주를 제대로 안 들어봐서 잘 모르겠다"고 답변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2019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만 15세) 우승했을 때 결선에서 선곡했던 곡이다. 임윤찬은 "큰 무대에서 연주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곡이라 이번에도 골랐다. 듣는 사람은 어떻게 느낄 지 모르겠지만 이 곡을 연주하는 마음가짐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했다.
결선 못지않게 화제가 됐던 '초절기교' 연습곡에 대해서는 "초절기교라는 이름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데 '어려운 테크닉을 넘어서 다시 음악적인 음악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이 초절기교'라고 한 스승 손민수 선생님의 말씀을 늘 가슴에 담고 연습했다"고 덧붙였다.
임윤찬의 결선 무대가 끝나자 협연을 지휘한 마린 앨솝은 감정에 겨운 듯 눈물을 훔쳤다. 임윤찬은 마린 앨솝에 대해 "어릴 적부터 굉장히 존경하는 지휘자였다. 초등학교 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지휘하는 모습을 보고 언젠가 같이 연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앨솝 선생님이 심사위원장이라서 기대를 많이 했다. 그 마음이 통해서 좋은 음악이 나온 것 같다. 연주 끝나고 앨솝 선생님이 조언도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옛날 음악가에 대한 존경심도 표현했다. 임윤찬은 "인터넷 없이 악보와 자기 자신 사이에서 음악을 찾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더 들어가고 독창적인 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요즘은 유튜브 등으로 다른 사람의 좋은 연주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따라하게 된다. 옛날 음악가에게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임윤찬은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인상 깊게 본 책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단테의 신곡"이라고 답변했다. "2020년 금호아트홀에서 리스트 '순례의 해' 모음곡 중 두 번째 '이탈리아'를 연주했어요. 그중 마지막 곡이 '단테 소나타'였죠. 이 곡을 이해하려면 단테의 신곡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해 여러 출판사의 책을 모두 구입해 읽었어요. 유일하게 전체를 외우다시피 읽은 책이죠."
손민수 교수는 "(임)윤찬이가 우승한 후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음악가로서 굉장히 긍지를 느낀다. '음악의 순수함이 통했구나', '이것이 우리가 음악을 하는 이유구나' 느꼈다. 많은 사람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계기가 되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승과 제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임윤찬은 "(손민수 선생님은) 음악 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옛날 예술가는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임윤찬은) 음악에만 몰두하고 늘 새로운 것을 찾고 싶어한다. (윤찬이가 보여준) 음악의 힘은 조그만 연습실에서 단련과 자제를 통해 이뤄졌다. 윤찬이가 어떤 인생의 과정을 거쳐 어떤 음악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자에게 따뜻한 조언도 건넸다. "(윤찬이는) 피아노 도사가 된 것 같다. 본인의 음악적 지조를 잃지 않는, 주변에서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음악가가 되면 좋겠어요. 윤찬이의 모든 발걸음은 본인의 선택으로 이뤄질 거에요. 윤찬이를 전적으로 믿고 지켜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임윤찬은 7월 북미 지역에서 연주회를 갖는다. 국내에서는 12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승 기념 독주회를 연다. 프로그램은 이번 콩쿠르 연주곡으로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