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정치 초짜'라며 몸을 낮췄던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다. 당선이후 발언이나 메시지 등에서도 초보의 겸손함이 묻어난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는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잠룡'으로서 '김동연표 정치'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김 당선인의 당선 이후 일정을 분석해 보면 크게 정책적 행보와 정치적 행보로 나눌 수 있다.
정책적으로는 경제 관료 출신답게 이념보다는 전문성이 우선이다. 진보냐 보수냐를 따지기보다는 민생에 도움이 되느냐 즉, 실용이 중요하다. '실사구시'다. 김 당선인이 가장 먼저 경기 남양주의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를 찾은 이유다. 인수위에 정치색을 빼고 전문가들로 채운 것도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두 번째 방문지는 충남 천안의 천안지방법원이었다. 초대 법원장이었던 정봉모 판사(아내 정우영씨 할아버지)의 흉상 앞에서 그는 '공명정대'를 다짐했다. 그는 흙수저다. '엄빠 찬스'는 꿈도 못 꿨다. 그런 그가 엄빠 찬스 대신 '경기 찬스'를 이야기한다. 전관예우, 기득권에 대한 거부이면서, 기회의 공정을 의미한다고 했다.
정치적으로 보여준 모습은 '협치'다. 경쟁자였던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찾아 인수위원 추천을 요청했다. 이어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를 만나 조언을 듣는가 하면, 국민의힘의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을 차례로 만나 협조를 구했다. 정치 초짜가 정치 선배들에게 한 수 배우는 자세로 임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민을 위한 길에 여야, 진영, 이념이 어디 있겠냐"고 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기존 여야 정치인들이 늘 대립하는 모습과는 달리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치교체의 아이콘이 되어 중도 확장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김 당선인은 일정 중에 민주당원으로서 당에 안착하기 위한 시간도 상당 부분 할애했다.
김 당선인은 13일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눈물을 보였다. 방명록에는 "노무현 대통령님 뜻 받들어 사람 사는 세상 경기도부터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다음날에는 경남 양산으로 내려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 김 당선인은 만남 후 "문 전 대통령이 국민 통합에 대한 말씀과 갈라져서 서로 간에 반목하고 있는 정치판에서 통합의 정치에 대한 말씀을 줬다"고 전했다.
민주당을 대표하는 두 전직 대통령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자신을 향한 당내 정체성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 당선인의 잦은 충청권 방문도 차기 대권을 위한 포석이 아니겠냐는 정치적 해석이 뒤따른다. 그는 지난 6일 충남 천안지원을 방문한 데 이어, 18일에는 충북을 방문해 대학생 대상 특강과 주민 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15일에는 수원에서 열린 충북도민회 임원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 당선인 부부는 모두 충청이 고향이다.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민심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당선 확정 이후 20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김 당선인의 발길에는 대권이 아른거린다. 꼼꼼하고 치밀하다.
김 당선인은 항상 대권을 묻는 질문에 "경기도정을 잘 하기에도 벅차다"고 했다.
대권은 김 당선인의 자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대권으로 가기 위해선 도정의 성공이 전제 조건이다. 실사구시와 공명정대하게, 꼼꼼하고 치밀하게, 도정부터 성공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치교체 아이콘이고, 민주당내 세력화고, 충청권 민심 역시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