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8시 5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여자)아이들의 첫 월드투어 콘서트 '저스트 미 아이들'의 서울 공연은 열렸다. '아이 앰'(I am) '아이 메이드'(I made) '아이 트러스트'(I trust) '아이 번'(I burn)까지 '아이' 시리즈를 차례로 선보인 이들은, '아이 네버 다이'(I NEVER DIE)라는 첫 정규앨범을 내 존재감을 더 확실히 다졌다. 첫날 공연은 (여자)아이들이 왜 '무대형'과 '공연형' 가수로 인정받는지를 확인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오 마이 갓'(Oh my god)이라는 후렴구로 관객을 홀리는 듯 매력을 발산했고, 신곡 '빌런 다이스'(VILLAIN DIES)의 첫 무대를 공개해 환호받았으며, 딱딱 맞는 우렁찬 응원 속에 '라타타'(LATATA)를 불렀다. 세 곡을 마치고 팬들과 인사를 나눈 (여자)아이들에게서는 기쁨과 신남이 그대로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첫 단독 콘서트를 온라인으로 치러야 했던 이들은, 올림픽홀을 메운 팬들의 큰 함성에 감탄했다.
오늘 이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미연)라는 미연의 말처럼 팬들과 (여자)아이들이 콘서트를 통해 직접 만나는 데는 4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멤버들이 "네버랜드(팬덤)를 드디어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저희 너무너무 행복하다"(민니) "노래하면서 (들리는) 함성이 너무 대박인 것 같다. 정말로 오랜만인데, 진짜 솔직히 여태까지 역대급으로 (소리가) 커진 것 같다"(우기)면서 반가워한 이유다.
2장 '트래직 히로인'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VCR '히로인'은 여유로우면서도 재치 넘치는 멤버들의 자기소개가 흥미로웠다.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는 장미로 자신을 형상화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뮤즈'라고 밝힌 미연,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 무서운 게 없으며 지금 행복하다는 보스 베이비 슈화, 적응력은 꿈을 위한 무기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거라고 선포한 민니, 아기자기한 인형 같은 이미지를 기대하지만 실은 난 더 멋있고 근사하다는 우기에게선 두려움이나 머뭇거림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백미는 소연이었다. 데뷔 때부터 (여자)아이들의 음악을 직접 만들며 팀의 정체성을 키우고 가꾸고 강화한 리더답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연스레 팀을 연상하게 만드는 멘트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꿈은 크게 가져야죠. 지금도 다르진 않아요. 꿈은 커야 이루는 맛이 있고 목표는 높아야 오르는 재미가 있으니까. 전 좀 집요해서 하고 싶은 건 해내야 하거든요? 그리고 왕관, 써 보니까 짜릿하던데요?"
동명이지만 뜻은 다른 두 곡 '한'(寒)과 '한'(一) 무대로 연 2장에서 (여자)아이들은 '문'(MOON)과 '올레디'(ALREADY)의 라이브를 최초 공개했다. '한' 무대는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피리 소리와 슈화의 짧은 독무도 인상적이었다. '문'은 손을 사용한 안무가 우아하고도 유려한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소연이 작사하고 민니가 작·편곡에 참여한 '올레디'는 다른 노래보다 멜로디컬하게 들려 새로웠다. 노래 제목처럼 불타오르는 배경 속 펼쳐진 '화'(火花)도 동양적인 무드가 강했다.
'라이언' 무대부터는 곡을 더 풍성하고 뚜렷하게 해 주는 밴드 연주가 전면에 드러나 듣는 맛이 배가됐다. 또한 전 멤버가 핸드 마이크를 써 라이브감이 한층 더 좋아졌다. '암 어 퀸'(I'm a queen)이라는 가사 이후 (여자)아이들의 휘장이 펼쳐지는 연출이 짜릿했다. 전자 기타 연주에 귀 기울이게 하는 록 사운드 '라이어'는 스탠딩 마이크가 처음으로 등장한 무대였다.
(여자)아이들과 록의 조합은 바로 다음 장의 첫 무대 '말리지 마'로 이어졌다. "살고 싶은 대로 살 거다. 후회도 내 몫이다"라는 메시지의 '말리지 마'는 소연이 작사·작곡한 노래로, 신나는 록 사운드였다. 콘셉추얼한 음악으로 대표되는 그룹이라 여겼는데, '말리지 마'와 '덤디덤디', 앙코르 첫 곡이었던 '아임 더 트렌드'(i'M THE TREND)를 보고 이들이 소화하고 만끽하는 장르의 영역이 예상보다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장은 '어-오'(Uh-Oh)와 '마이 백'(MY BAG)이 차례로 나와 (여자)아이들의 '힙합' 무대를 보고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오'로 흥겨움을 예열하더니 '마이 백'에서 터뜨렸다. 정규 1집의 스페셜 트랙인 '마이 백'은 소연은 물론 미연·민니·우기·슈화까지 전 멤버가 랩을 도맡은 곡인데, 멤버 한 명 한 명의 특성을 소연이 가사로 써 줬다. 가상 그룹 K/DA의 곡 '팝스타'(POP/STARS)에서는 특히 밴드 연주가 빛났다.
본 공연의 마지막 곡은 '칼을 간' (여자)아이들이 자신들의 건재함을 확인시킨 '톰보이'(TOMBOY)였다. 우기는 무대를 선보이기에 앞서 "마지막 곡이니까 다 같이 즐겨야 한다"라며 "올해의 대상, 올해의 베스트 앨범, 올해의 베스트 아티스트, 올해의 베스트 퍼포먼스"라고 곡을 소개했다.
"나는 인형이 아니"(I'm not a doll)고, "그저 나, 아이들"(Just me, I-DLE)이라는 직설적인 가사와 록이 결합한 '톰보이'는 각종 음악방송 1위는 물론 음원 차트에서도 장기간 1위를 기록하며 또 하나의 대표곡으로 우뚝 섰다. 18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톱100' 차트에서 2위이며, 16일 일간 차트에서는 1위였다.
첫 월드투어라는 상징성이 있는 이번 공연에서 (여자)아이들은 실력과 끼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소연은 사실 매우 떨렸다고 밝혔지만 그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저었고, 미연은 '비주얼 메인보컬'이라는 별명답게 안정적인 라이브로 중심을 잡았다. (여자)아이들의 고유한 특색이라고 느꼈던 음색의 주인공은 민니라는 점, 우기는 낮은 톤의 목소리를 지닌 올라운더형 멤버라는 점, 슈화는 저음이 인상적이고 곡의 파트를 맛깔나게 살리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기는 "처음에 가수 꿈을 꿨을 때부터 나중에 콘서트 열 수 있을까 진짜 상상이 안 가는데 그 꿈을 이룬 것 같아서 너무너무 행복하고 이렇게 많이 와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소중하고, 감사하고, 늘 열심히 하는 동력이 여러분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아이들 이제부터 정말 꽃길만 걸을 거다. 그러니까 슬퍼하지 말고 우리 끝까지 같이 즐겨보자"라고 말했다.
소연은 "네버랜드 덕분에 제가 왜 가수가 하고 싶었는지 오늘 깨달은 날인 것 같다"라며 "콘서트 마지막에 팬분들이 항상 이런 거(손팻말) 들고 있지 않나. 막상 (제가) 보니까 정신이 나갈 것 같다. 너무 행복하다, 진짜. 이렇게 많은 네버랜드 여러분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서 저는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슈화는 "진짜 너무 많이 와서 너무 감사하고 너무 좋은데"라고 말하다 조금 울먹인 후, "내일 더 잘하겠다. 오늘 너무 긴장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너무 더웠는데 계속 앉아 있느라 너무 고맙고 고생했고 내일도 올 수 있으면 (공연)에 와라"라고 전했다. 팬들이 오늘도 충분히 잘했다고 격려하자 "잘했어, 나 알아. 더 잘하고 싶었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민니 역시 눈물을 보였다. 그는 "네버랜드 앞에서 콘서트 하는 게 진짜 꿈이었는데 오늘 그 꿈을 이루게 해 주신 여러분께 너무너무 감사드린다고 얘기하고 싶고, 저희가 네버랜드 덕분에 정말 재밌게 행복하게 콘서트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남은 이틀 건강하게, 다치지 않게 열심히 콘서트 할 테니까 많이 응원해 달라. 많이 좋아하고 많이 사랑한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저희가 어떤 모습이든 늘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네버랜드가 있어서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거 알고 있고 잊지 않을 거예요. 있는 그대로의 네버랜드 모습을 사랑할게요." (소연)
(여자)아이들은 정규 1집 수록곡 '폴라로이드'(POLAROID)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여자)아이들은 총 21곡의 무대를 펼쳤고, 2500여 명의 관객이 (여자)아이들과 함께 호흡했다. 공연은 오늘(18일)과 내일(19일)까지 사흘간 이어진다. 이후 로스앤젤레스(LA)·샌프란시스코·시애틀·달라스·휴스턴·시카고·뉴욕·애틀랜타·산티아고·멕시코시티·몬테레이·자카르타·마닐라·도쿄·싱가포르까지 총 16개 지역에서 투어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