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동원" 지적 글에 발끈한 부산 북구청장 인수위

구청장 취임식 취약계층 초청 두고 "동원" 지적 글 게시
거친 표현 두고 인수위 "인간성 상실, 모종의 조치 할 것" 답글
북구 직원들 "인수위 글에 반감"…노조 "협박성, 면담 요청"
인수위 "반대 의견 수용하나, 표현 정제해 써달라" 재차 사과 요구


민선 8기 부산 북구청장직 인수위원회가 공무원 노동조합 게시판에 취임식 관련 비판글을 올린 작성자를 향해 불이익을 암시하며 강한 어조로 답글을 올려 구청 안팎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노조는 직원들을 향한 '협박'이라는 입장인 반면, 인수위는 게시판에 올라온 표현이 지나치다며 당사자가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색적 비난 글에 "인간성 상실" 맞불 놓은 인수위


지난 13일 전국공무원노조 부산 북구지부 자유게시판에는 '구청장 취임식에 취약계층 참석하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익명의 작성자는 "구청장이 뭐 대단하다고 취약계층을 동원하나. 취약계층이 물건인 줄 알고 있나"라며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의 취임식에 취약계층을 초청하려는 구청장직 인수위원회의 계획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신 차려라, 인수위와 그 하수인들아. 생각하는 것 보니 싹수가 노랗다. 개 눈에 X 밖에 안 보이는 모양이다"라며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자 해당 글의 댓글에는 구청장 취임식에 취약계층을 참석시키는 데 대한 찬반 의견과 함께, 표현이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함께 게시됐다.
 
문제는 해당 글에 대해 구청장직 인수위 명의로 2개의 답글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최초 게시한 답글에서 인수위는 "취약계층을 초청한 이유를 복지예산 지출이 많은 구 특성상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고자 하는 취지"라고 차분히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두 번째로 재차 올라온 글에서는 인수위의 어조가 돌변했다.
 
부산 북구청장직 인수위가 지난 15일 공무원노조 부산 북구지부 게시판에 올린 글. 공무원노조 부산 북구지부 홈페이지 캡처

인수위는 "자리를 마련한 의미를 폄하 멸시한 게시글을 보고 경악했다"면서, "해당 게시글은 구청장 취임식도 하기 전에 소통이라는 명분 아래 익명 게시판에 숨어서 생각이 다르다고 직원을 모욕하고, '인수위 및 그 하수인'이라는 모욕적인 언행으로 사기를 저하시켰다"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어 "선거로 주민 대표가 된 구청장을 '개 눈에 X밖에 안 보이는'…이런 글을 쓰는 사람(직원)은 언행의 문제를 떠나 공무원 품행의 문제고, 인간성 상실의 문제로 반드시 책임과 사과를 요구할 것임을 알려드린다"며 "인수위는 공식적으로 모종의 조치를 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적는 등 불이익을 암시했다.

직원들 "반감 더 생긴다"…노조 "협박으로 느껴져"


인수위 명의로 직원을 향한 경고성 글이 올라오자 북구청 직원들은 복잡한 심경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먼저 올라온 글도 언어를 정제하지 않은 건 맞지만, 인수위의 두 번째 글은 너무 시대의 흐름을 못 읽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아무 생각 없었던 직원들도 인수위 글을 보고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있고, 글 때문에 반감만 오히려 더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게시판 이용자들도 댓글을 통해 "권력을 이용한 갑질, 협박으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모종의 조치'는 인수위가 사용할 표현이 아니다. 대통령도 욕설 시위를 막지 못하는 시대"라며 맹비난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 당선인. 중앙선관위·스마트이미지 제공

노조 역시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전국공무원노조 이주호 부산 북구지부장은 "인수위가 취지만 설명했으면 좋았겠지만, 뒤에 올린 글은 굉장히 협박성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노조에 대응을 호소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인수위에 면담 요청을 해 둔 상태"라며 "이제 첫 출발을 하는 입장인데 표현이 너무 과하지 않느냐는 입장을 전할 예정이고, 인수위 이야기도 들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직원들의 반대 의견은 수용할 수 있지만, 작성자의 표현이 모욕적이라 내부 협의를 거쳐 글을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공무원노조 게시판에 쓰는 글은 품행과 언행을 정제해 써달라는 게 인수위의 핵심 메시지"라며 "논쟁이나 대안 제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신임 구청장을 '개', 임시로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인 인수위원을 '하수인'으로 표현한 건 누가 봐도 모욕적인 언사"라고 말했다.
 
이어 "게시판을 관리하는 노조도 이런 글이 올라오면 임시로라도 블라인드 처리를 했어야 한다"며 "해당 글 작성자는 최소한의 유감 표현은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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