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배두나가 발견한 '브로커' 속 감독의 뉘앙스

영화 '브로커' 형사 수진 역 배두나 <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재회 그리고 수진과의 만남

영화 '브로커' 형사 수진 역 배우 배두나. CJ ENM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브로커 일행의 여정을 한시도 놓치지 않고 뒤쫓는 형사 수진은 잠복근무 중 소영(이지은)이 베이비 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는 현장을 지켜보고, 이후 소영이 브로커 일행과 합류하는 과정 또한 포착한다. 오랫동안 매달려온 사건을 마무리할 기회임을 직감한 수진은 확실한 범죄 증거를 잡기 위해 거래 현장 급습을 노리지만, 브로커들의 거래가 생각만큼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 상현(송강호) 일행의 여정이 길어질수록 수진의 마음은 다급해지기 시작한다.
 
배두나의 연기는 담백함과 초연함, 발산하지 않고 절제된 인상을 남긴다. 전형성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구축한 배두나는 12년 만에 재회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에서 현실에 발붙인 채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수진이란 인물을 그려냈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런 배두나를 보고 "연기가 마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고 표현했다.
 
지난 8일 미국 LA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의 SF 신작 '리벨 문'을 촬영 중인 배두나가 잠시 시간을 내 '브로커' 응원에 나섰다. 그는 오랜만에 다시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작업부터 자신이 연기한 수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 '브로커' 형사 수진 역 배우 배두나. CJ ENM 제공
 

배두나가 참여한 '브로커' '다음 소희', 칸을 향하다

 
▷ 칸영화제에 함께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을 것 같다.
 
칸 레드카펫 좋아한다. 갔어야 했는데.(웃음) 아쉬움이 컸지만 틈틈이 현장에서 기사와 사진을 찾아보며 같이 즐겼다. 부산부터 강릉까지 쭉 같이 촬영하면서 같이 동고동락한 사람들이 거기 가서 빛이 나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좋더라.
 
감독님이 레드카펫 끝나고 이메일을 하나 보내셨다. 공식 행사가 끝났고, 함께 걸었다면 좋았을 거라고. 자기 턱시도 안에 제 스티커를 붙이고 같이 걸었다며 턱시도 안쪽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셨다. 그게 너무 감동적이고 고마웠다. 촬영 중이었는데, 메일을 보고 막 눈물이 나더라. 스태프들은 내가 몰입해서 운 줄 알겠지만.(웃음)

 
▷ '괴물' 등을 함께 했던 송강호의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폐막식에서 속보가 떴을 때 바로 문자 드렸다. 나도 너무 놀라서 "대박!" 이러면서 축하드린다고 문자 드렸다. 되게 자랑스러웠다. 강호 선배님은 워낙 오랫동안 봐온 분이고 같이 작품도 많이 했는데, 언제 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브로커'로 받아서 '브로커'의 한 멤버로서 더욱더 기뻤다.
 
▷ '브로커'뿐 아니라 '다음 소희'도 칸에 초청받았다. 그만큼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다음 소희' 촬영이 2월 말에 끝났는데, 정말 짧은 시간 안에 편집해서 출품한 거라 칸 초청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올해 들은 소식 중 제일 기쁘다고 할 정도로 많이 기뻤다. 이렇게 특별한 해가 있을까? 두 작품 다 칸에서 상영되고, 월드 프리미어가 칸이다. 굉장히 특별하다. 거기에 참석 못한 것도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다, 이런 일이 다 있네.(웃음)

외화 '공기인형'에서 노조미 역으로 열연한 배우 배두나. 오드·CJ ENM 제공
 

'공기인형'으로 시작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인연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공기인형'에 이어 '브로커'를 통해 다시 한번 작업하게 됐다. 오랜만에 함께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2009년에 '공기인형'을 찍은 후 한 12년 만인 거 같다. 되게 감회가 새로웠다. 감독님이 진짜 그때와 전혀 바뀌지 않고, 여전히 귀여우시고 날카로우셔서 같이 작업하면서 '아, 맞아. 이런 느낌이었지' '감독님과 일하는 게 이런 느낌이었지'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 다시 만난 고레에다 감독은 어떤 점에서 여전했나?
 
많은 분이 고레에다 감독님이 어떻게 영화를 찍는지 궁금해하실 거 같다. 그분만이 뽑아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연기, 배우들이 정말 릴렉스하면서 연기 같지 않은 연기를 하는 영화를 많이 찍어 오셔서 업계 사람뿐 아니라 관객들도 궁금해하실 듯하다. 정말 테이크를 많이 안 간다. '공기인형' 할 때는, 그 전에 내가 테이크를 많이 가는 감독님들과 많이 찍어서 적응이 안 됐다. "이게 진짜 맞는 거예요? 맘에 드시는 거예요?" 몇 번을 물어봤다.
 
그리고 역시 고레에다 감독님이다 싶었던 건, 배우들이 아기를 안고 있는 뒷모습을 찍을 때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형을 들고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회의하는데 감독님이 (사람의) 등도 연기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게 기억에 남는다. 진짜로 등도 연기를 한다. 인형을 안는 것과 진짜 아기를 안는 게 다르다는 것을 아신다. 그래서 진짜 오랜만에 배우로서 너무나 즐겁게 작업했다. 그런 가치를 알아봐 주는 감독님과 같이 작업했으니 말이다.

 
▷ 아무래도 감독을 잘 아니까 촬영할 때 다른 배우들에 비해 어려움은 없었겠다.
 
아마 내가 처음 '공기인형' 때 놀랐던 것처럼 당황한 배우도 있진 않았을까 싶긴 하다. 워낙 (카메라가) 많이 들어오지 않는다. 관객에게 "이걸 봐!"라고 강요하면서 앵글을 배우 얼굴로 들어오는 걸 잘 안 한다. 전형적이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이 좀 당황했을 순 있을 거 같다. 그리고 대사를 조금 바꾸는 것에 대해서 질문하신 적이 있다. 괜찮은 건지 말이다. 경험상 이런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물어보면 솔직히 이야기하면 된다.

영화 '브로커' 형사 수진 역 배우 배두나. CJ ENM 제공
 

배두나가 본 형사 수진

 
▷ 본인이 직접 연기하며 경험하고 바라본 수진은 어떤 인물이었나?
 
감독님이 수진에 관해서 약간 설명해주셨던 게, 아이를 지웠던 경험이 있고 경찰을 하려 했다기보다 원래 대학교 연극반에서 지금의 남편 만나서 결혼했다는 이력이다. 그런 쪽에서 힌트를 많이 얻었다. 경찰로서보다 인간으로서 갈등이 있을 시기구나. 왜냐하면 나도 그러니까. 나도 되게 열심히 살고 있지만 생각이 많아지고, 앞으로는 어떤 세상이 될 것인가 생각도 하고, 나는 잘 살아왔는가 등 생각이 많은 나이다. 그런 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촬영했다.
 
▷ 고레에다 감독과 수진의 대사를 일본어와 한국어 모두 비교하며 점검했다고 들었다.
 
배우가 하는 일은 그 사람이 진짜로 현실에 있을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다. 그러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대사를 뱉고, 표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이 되어서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수진의 마음을 모르겠더라. 어떤 생각을 하기에 이런 말을 하지 싶었다. 그래서 일본어 대본을 요청했는데, 확실히 다른 점이 있었다. 말줄임표와 다른 뉘앙스가 있었다. 말줄임표에서 그의 감정을 상상하면서 힌트를 얻었다.
 
난 말줄임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말줄임표라는 건 캐릭터가 말을 하다가 생각하는 시간이다. 말줄임표가 없이 가면 이게 알쏭달쏭하다. 말줄임표 시간 동안 수진이 움찔움찔하는 걸 느꼈다. 사람이 매끄럽게 말하지 않고 중간중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본인도 모르는 깨달음이나 놀라움, 변화, 찔리는 마음 등 이런 감정들이 있었을 거라 본다. 수진이 그동안 옳은 선택을 해왔다는 생각에서 약간의 머뭇거림이랄까, 갈등이랄까. 그런 걸 생각했다.


영화 '브로커' 형사 수진 역 배우 배두나. CJ ENM 제공
 
▷ 수진이 초반 상현과 동수, 소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선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떤 마음으로 수진을 연기하며 시선의 변화를 좇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수진은 경찰로서 상현과 동수를 잡아서 어떻게든 실적을 올리려는 거지 그 이상의 감정은 없다고 생각한다. 초반부터 '저럴 거면 낳지를 말지'라는 대사도 있지만, 소영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건 수진에게 분명 아이와 관련된 어떤 전사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남편이랑 통화하는 부분에서 그게 약간 드러난다. 그동안 수진이 어떻게든 밑으로 저 깊숙하게 내려놨던 어떤 것이 소영으로 인해 터진 거다. 그래서 아이와 관련된 어떤 아픔을 생각했다.
 
그런 수진은 잠복하면서 상현 일행이 자신이 놓은 덫을 놔도 안 걸리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주는 어떤 가족 같은 모습,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소영에 공감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시점부터 소영을 보호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계속 바라보면서 그랬던 거 같다. 그녀를 알면 알수록 보호하고 싶어지는 게 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감상할 관객들을 위해 한 가지 팁을 달라.
 
감독님 영화에는 엄청 멋있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문제가 있기도 하고, 지질해 보이기도 하는, 그런 사람들이 나와서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함께 채워나간다. 다 조금씩 허물이 있고, 문제가 있고…. 그런데 사실 그런 게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없는 척하는 거지 다 조금씩 그런 게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가족이 될 때,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들이 느끼는 것, 그리고 그들이 채워지는 것, 그런 게 바로 감독님이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것 아닐까?(웃음)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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