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까지 '위헌 소지'를 언급하면서 참전했는데, 비슷한 논란은 시계를 되돌려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벌어졌다.
지난 2015년 5월 29일. 19대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재석 의원 244명 중 211명이나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의 반대에도 민주당과 합의하에 본회의 표결을 밀어붙여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핵심은 이렇다. '중앙행정기관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로 국회법 98조를 개정하는 내용이었다.
현재 "3권 분립 정신을 무너뜨리고 거대 의석으로 사사건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다수당의 폭거"라고 비판하고 있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당시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도 강력히 주문했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공무원들이 내는 돈을 5년간 30% 올리고, 받는 돈은 20년간 10% 줄이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했다. 그 즈음 민주당은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정부 시행령을 국회가 수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진상규명 특위 사무처 진상규명국 조사 1과장에 검찰 서기관을 임명' 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을 만들었다. 이에 민주당은 "조사업무의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조사1과장에 검찰 서기관을 임명하는 것은 진상규명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별정직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월호 진상규명 특위 사무처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정부가 정한 시행령에서 사무처 조직과 업무 분장 등을 규정해 시행령이 상위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법령 하극상'은 19대 국회에서도 이슈였다.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부의 행정입법이 상위법령인 법률을 훼손하는 이른바 법령의 하극상 현상이 발생해 국회의 고유권한인 입법권을 침해하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국회 입법조사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위법을 위반한 행정 입법 사례가 총 74건이나 발견되기도 했다.(관련기사 : '법령하극상' 총 74건…상위법 위반 시행령은 '다반사') 그래서였을까. 정의화 의장도 5월 29일 표결 때 찬성표를 던졌다.
법안 처리 후 유승민 원내대표는 "그동안 국회가 만든 법률 취지나 내용에 배치되는 시행령이 왕왕 있었다.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며 "삼권분립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유승민 원대대표에게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을 찍으면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후 친박계의 조직적인 반란이 이어지면서 유 원내대표의 입지가 좁아졌다.
정의화 의장 역시 같은해 7월 6일 열린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시도했지만,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의결 정족수에 미달되면서 국회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됐다. 유 원내대표도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