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미선 20주기 추모제…미군 장갑차 희생된 곳에서

이재정 "단순히 추모와 기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후대 교육으로"

시민단체 회원들과 종교인 등 참석자들이 13일 오전 효순·미선 20주기 추모행사에 앞서 헌화하고 있다. 고무성 기자

"우리 기억 속에 있는 효순·미선이는 여전히 중학생 시절에 멈춰져 있습니다. 우리처럼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을 효순·미선이를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참 미어집니다".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고(故) 신효순·심미선 양의 20주기 추모제가 13일 오전 11시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에 있는 효순미선평화공원에서 열렸다. 공원은 지난 2020년 시민들의 후원에 힘입어 사고 현장 인근에 마련됐다.

추모제는 마을 어귀에서 사고 현장까지 시민단체 회원들과 종교인 등 참석자들의 행진을 시작으로 인사말, 추모사, 공연, 청년발언, 상징의식, 30주년 기념 기록관 건립 제안 기념식수, 헌화 등 순으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효순·미선의 유가족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효순미선평화공원 사업위원회 박석분 집행위원장은 "유족이 20년이 지났지만, 그 아픔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며 "세월을 이길 수 없어서 어르신들이 다 아프신데 못 와서 죄송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평화공원사업위원회 대표 김희헌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20년 전 생일잔치를 갖기 위해 이 길을 평화롭게 걷던 2명이 외국 군대의 전쟁 차량에 덮침을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지만, 재판조차도 불투명하게 진행된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며 "슬픔의 기억만이 아니라 그 일의 부당함을 생각하면서 분노하고 평화를 위한 열망을 갖고 운동 최초의 촛불을 들었던 전 국민의 운동 또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금 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기록관을 건립하기로 계획했다"며 "사건을 기록하고 보존하며 평등한 한·미 관계 수립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삼기 위해 건너편에 기록관 부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사고 30주기인 2032년 완공을 목표로 효순·미선 양 사건 기록,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활동 내용, 촛불집회 사진 등을 전시하는 기록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추모사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 김은형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이 낭독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13일 오전 고(故) 신효순·심미선 양의 20주기 추모제에서 추모사를 낭독하고 있다. 고무성 기자

이재정 교육감은 "8년간의 교육감 임기 동안 효순·미선 두 분의 아픔이 단순히 추모와 기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후대 교육으로 풀어내는 것이 과제였는데 마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인 이 시기 남북 화해와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효순 미선 두 분은 20년 동안 우리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발언으로 이기은 평통사 청년간사가 나섰다. 이 간사는 "이 사건을 잘 알지 못했던 저로서는 이 공간이 바로 효순·미선이의 뜻이 전달되는 공간이었다"며 "한편에 있는 이 촛불 벽화를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촛불집회 정신이 여기서 타오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추모사와 인사말이 끝날 때마다 참석자들과 함께 "불평등한 한·미 소파(SOFA) 개정하자, 평등한 한·미 관계 실현하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참석자들은 30주년 기념 기록관 건립을 제안하는 기념식수에 미선·효순의 '반딧불이가 되어주세요'라는 의미의 노란 색종이로 만든 반딧불이를 꽂은 뒤 헌화했다.

한편, 지난 2002년 6월 13일 14살 중학생이었던 효순·미선 양은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국도에서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던 주한미군 2사단 장갑차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장갑차를 몰았던 미군 병사들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자아냈고, 촛불 집회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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