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보수정권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독대' 보고를 받지 않기로 했다.
정보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 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조치다.
1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장과 군사안보지원사령관, 경찰청장 등 정보기관 수장으로부터 독대 보고를 받지 않을 방침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정보기관의 국내정치 개입을 차단하고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원장 보고를 받을 때 안보실이나 부속실 소속 참모가 반드시 함께 앉아 토의하도록 하고 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전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보 독점, 밀실 정치 등 폐해를 이유로 국정원장의 비공개 대통령 독대 보고를 처음 폐지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재개되는 등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이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김규현 국정원장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윤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를 할 것인가'라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의 질의에 "되도록 하지 않겠다"며 "만약 하게 되면 배석자가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원장은 또 "윤 대통령께서 만약 국정원장이 된다면 절대로 국내정치에 관한 것은 해선 안 된다"는 엄명을 내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독대 보고 차단 방침은 검사 시절 국정원의 정치개입 사건들을 여러 차례 수사한 경험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때는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 등을 수사했고, 문재인 정부 당시 박근혜 정부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을 수사해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등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정원이 해외 여러 나라들처럼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해야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었다"며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도 "윤 대통령은 이전부터 '독대 보고'는 왜곡될 수 있으니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왔다"며 "특히 국정원에 대한 생각은 남다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전직 정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국정원 연락관들이 수사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에 대해 상당히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중요 사안의 경우,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독대 보고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아예 받지 않을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