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7차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 중 칸 경쟁 부문에만 4회 초청됐다. 한국 배우 최다 초청 기록을 세운 끝에 제75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바로 '배우 송강호'의 칸 이력이다.
칸이 사랑하는 배우이자 전 세계가 사랑하는 배우 송강호가 오랜 인연을 맺어 온 칸영화제에서 드디어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8일 오후 화상을 통해 만난 송강호에게 칸영화제 수상 이후와 그가 그리는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가 수상한 건, 일일이 호명하자면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그리고 특별출연해 주신 한국의 훌륭한 배우들, 심지어 아기까지도 빛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런 연기가 모이고, 최고의 스태프가 그걸 받쳐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브로커'가 완성됐다. 그래서 칸에 초청받을 수 있었고, 거기서 내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거 같다. 모든 분의 노력과 열정과 재능으로 '브로커'를 완성했기에,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다.
▷ 칸에 무려 7번 초청받은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는 등 칸과 오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칸에 방문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첫 작품이 '괴물'인데 감독주간으로 초청받아 봉준호 감독님 혼자 갔고, '밀양'으로 전도연씨와 같이 간 게 첫 칸 방문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일관된 게 물론 긴장도 되지만, 정말 축제를 즐기고 싶다는 거다. 칸영화제라는 최고의 영화제에 영광스럽게 초청받아 우리 작품이 소개되고 거기서 인정받았구나, 그 자체를 즐기자, 축제다, 이게 공통된 느낌이다.
▷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업한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까지 휩쓸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한국 영화,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K-콘텐츠 열풍의 주역 중 한 사람으로서 남다른 기분일 것 같다.
이번에 칸에서도 가장 크게 느낀 게 한국 콘텐츠와 한국 영화에 대한 주목도가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거다. 어딜 가든 한국 영화와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하고 많이 궁금해한다. 달라진 위상이랄까,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아주 똑똑하게 목도하고 왔다. 나 또한 너무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봉 감독님이 3년 전 칸에서 수상한 후 임권택 감독님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한 계단 한 계단 쌓아 올린 결과로서의 과실을 '기생충'이 받았다고 말한 적 있다. 그분들이 쌓아온 계단에 올라선 것뿐이지 본인이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거다. 많은 한국 영화인과 스태프, 제작자들이 정말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과 새로운 영화에 대한 갈증으로 계속 노력한 결과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 영화인에게 더욱더 큰 원동력이 될 것 같다.
사실 '기생충' 이후 미국에서 영화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더라. 최고의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했다. 난 솔직히 그런 쪽보다는 정말 최고의 한국 작품, 한국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 관객과 만나는 게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앞으로 해외에 직접 나가서 하는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 배우로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다 이룬 것 같은데, 송강호만의 또 다른 꿈이 있을까?
준비된 멘트가 아니라 진짜 솔직한 심정인데, 칸영화제 수상이 무척 영광스럽고 기쁘지만 긴 배우의 인생 과정 안에 있는 거지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꿈이 있다면 좋은 이야기, 좋은 영화, 좋은 연기로 계속 관객에게 나를 소개하고 소통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배우의 길을 가는 게 내 꿈이다. 물론 자랑스럽지만 어떤 수상, 어떤 영화제 초청보다 새로운 에너지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배우로 계속 관객분들을 만나는 게 궁극적인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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