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미래형 전투체계인 아미 타이거(Army TIGER)를 본격적으로 적용해 추후 '미래 보병'의 청사진을 그려갈 시범부대가 출범했다.
육군은 지난 10일 경기도 양주 25보병사단에서 70보병여단을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으로 선포하면서, 미래 전투체계 핵심이 될 장비들을 이름짓는 행사를 열었다.
그전에는 '아미 타이거'라는 개념과 함께 이를 구성하는 '체계'만이 일반에 공개됐었는데, 이러한 개념을 본격적으로 부대 전투와 운영에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 파일럿' 역할을 하는 부대가 본격적으로 편성돼 활동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아미 타이거'가 뭐길래…쉽게 말해 '육군판 미래 청사진'
육군이 이런 혁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간단하다. 초저출생으로 직접 총을 들고 싸울 수 있는 병력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약 20년 전의 출생률과 밀접히 연관된 '상수'로, 바꿀 수 없다.
또 기술의 발전으로 무인 기계가 전쟁터에서 싸우는 일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우크라이나군은 폭탄을 민간용 드론에 매달아 러시아군 머리 위에 떨어뜨리는 방법을 즐겨 쓰고 있다. 아예 배드민턴용 셔틀콕까지 달아 떨어뜨릴 때 안정시키는 날개 역할을 맡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까지 합쳐지면 미래 전장은 대체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세상이 됐다.
아미 타이거 시범여단전투단은 최신 기술들을 직접적으로 적용해 차륜형장갑차와 소형전술차량으로 빠르게 이동(기동화)하며 AI 기반 초지능 의사결정체계가 상황판단과 결심을 지원(지능화)하고, 모든 전투체계가 서로 연결된(네트워크화) 상태에서 싸우는 법을 여러 방법으로 실험할 예정이다.
육군은 시범여단에 아미 타이거 관련 전력체계들을 우선적으로 전력화하고, 유·무인 복합체계 기반 모듈화 부대로 구조를 혁신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여단전투단(BCT)이란 미 육군이 2000년대 만들어낸 개념으로, 기존 '사단' 편제보다 작지만 빠르게 파병될 수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지휘통제, 전투를 할 수 있는 '여단'을 중심으로 만들어낸 부대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 육군 2보병사단에도 여단전투단이 배속되는데, 사단은 사실상 지휘부 역할만을 수행하며 여단전투단이 전투력의 핵심이다. 일정 주기를 두고 교대한다.
다만 이는 미국이 아직 '세계 경찰' 역할을 하던 시절 저강도 분쟁에 대처하기 위한 빠른 해외파병을 위해 쓰이던 개념으로, 최근에는 미래에 다가올 중국과 러시아의 대규모 위협에 맞서겠다며 다시 사단 중심 편제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드론과 장갑차 적극 활용하고, 인공지능이 사람 도와준다…과제는?
육군은 이날 시범을 통해 시범여단전투단이 어떻게 싸울지를 직접 선보이기도 했다.소형전술차량은 '현마(現馬)', 105mm 자주곡사포는 '풍익', 30mm 차륜형 대공포는 '천호(天虎)'라는 이름을 얻었다. 차륜형 장갑차는 '백호(白虎)', 대포병탐지레이더는 '천경-II(天鏡-II)', 120mm 자주박격포는 '비격(飛擊)', 장애물개척전차는 '코뿔소'라는 이름을 받았다.
현장에서 차석준 아미 타이거 실장(육군준장)은 이러한 기본적 개념을 설명한 뒤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워리어 플랫폼 장비 성능개선, 과학화 훈련체계 조기 구축, 우수 군수품 획득을 위한 국가계약법 개정, 무인체계 운용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 ICT 핵심기술 군 조기 적용을 위한 보안 시스템 개발 등 육군이 할 수 없는 외부의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육군의 미래를 위한 담대한 도전으로 여정 동안 넘어지고 깨어지고 부서질 수도 있지만 따뜻한 격려와 성원,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