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승진자를 대상으로 개인 면담을 실시한 것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또 다시 후보군에 대한 면접을 재차 실시한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행안부 장관의 면접이 이례적일 뿐더러, 정권 입맛에 맞는 '줄세우기' 내지는 '길들이기'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9일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김창룡 경찰청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차기 청장 후보군에 대한 면접 질문에 대해 "필요하다면 봐야겠다"며 "자질도 달라야 되고 대상도 좀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달 말쯤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를 대상으로 면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으로 국가수사본부장과 경찰청 차장,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7개 자리가 있으며 차기 청장 후보군이다. 정부는 최근 치안감 6명을 치안정감으로 승진 시켰다. 내년 2월 말까지 임기가 보장된 국수본부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원이 물갈이 된 셈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존 치안정감 후보군 중에 경찰청장 인사를 하고 이후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는 관례도 깼다.
현행법상 경찰청장은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청권이 있다는 점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장관이 청장 후보군을 직접 만났다는 점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일각에선 행안부가 최근 경찰 통제 논의를 진행하는 것과 함께 인사의 주도권을 쥐며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장관은 치안정감 승진 내정자들에 대한 사전 면접 논란과 관련 "인사를 제청하기에 앞서 제가 잘 모르는 분들이기 때문에 서류만 갖고서 평가할 수 없어서 직접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건 순수하게 치안정감 후보자로서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고, 청장 기준은 또 다르기 때문에 다른 차원에서 검증이나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장관은 취임 이후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를 꾸려 경찰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위원회에서는 장관 직무 권한에 '치안' 부활, 경찰국 신설 등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1991년 경찰법 제정 정신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경찰법에 따라 경찰청은 행안부의 외청(外廳)으로 독립관청화 됐으며, 대신 경찰위원회 제도를 도입하면서 경찰의 민주적 통제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자문위 활동에 대해 "주제나 논의할 내용 자체를 저와 소통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자체적으로 논의 주제나 이런 것들을 스스로 발굴하는 걸로 알고, 아마 이달 중순이나 월말쯤 그 결과가 나오면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국가경찰위원회가 있지만 행안부에 별도 자문기구를 설치해 '옥상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그건 좀 다른 차원의 문제라 생각한다"며 "나중에 추가로 설명을 드리겠다"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후 커진 경찰 권한에 따라 향후 법 개정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그건 제가 얘기할 부분이 아니고 국회라든지 국민들의 전반적 의견 수렴해봐야 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 장관과 김 청장의 면담은 예상 시간인 30분을 넘겨 1시간 정도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 취임 후 상견례와 격려 성격의 면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