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정철민 부장판사)은 9일 오후 2시쯤 라디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유 전 이사장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역임했고, 다수의 책 집필과 여러 방송에서 우리 사회의 이슈를 논하는 논객으로 활동하는 등 우리 사회 여론 형성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밖에 없다"며 "피고인의 발언으로 피해자(한 장관)는 부정한 목적을 위해 수사권을 남용한 검사로 인식되면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고 엄하게 처벌을 내릴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도 당시 언론 보도나 녹취록을 통해서 뒷조사를 의심을 할만할 사정이 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 개인에게는 아니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게시한 점,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해 검사로서의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12월 24일 본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어느 경로로 확인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일부러 밝히지 않겠지만 노무현재단의 주거래은행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해 한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발언 당시 한 장관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또 유 전 이사장은 이듬해 4월 3일과 7월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작년 11~12월쯤 한동훈 검사가 있던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노무현재단 계좌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제 개인 계좌도 들여다봤을 것으로 짐작한다", "내 뒷조사를 한 것이 아닌다" 등 발언해 한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유 전 이사장 측은 "공소사실에 나온 발언은 모두 한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기자의 위법한 수사와 취재를 비판한 것이 주된 내용"이라며 "재단 계좌 관련 내용은 굉장히 일부이고 구체적 사실 적시가 아닌 추측이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설령 구체적 사실 적시였더라도 피고인은 이를 사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근거가 있었다"며 "발언 취지는 국가기관인 검찰의 공무집행에 대한 비판이지, 개인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유 전 이사장의 발언 중 일부가 추측성이나 의견 표명을 한 게 아닌 구체적 사실 적시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이 여러 차례 아니라고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발언을 하는 등 유 전 이사장이 한 장관 개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발언했다고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일부 추측 형태의 진술이긴 했으나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는 등의 발언을 한 적이 있고,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추적한 이유가 피고인의 검찰 수사 비판에 대한 것이라고 하는 등 전체 상황을 고려할 때 구체적 사실 적시로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검찰은 수차례 금융거래 정보 통지 유예를 한 적 없다거나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통지를 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 발언을 보면 피해자가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본 시기를 특정하고, 불법 사찰 목적으로 출금계좌를 들여다 봤다고 특정하는 등 발언 강도가 높아졌다. 국가 기관에 대한 감시 비판을 벗어나 피해자에 대한 경솔한 공격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발언에 대해서는 유 전 이사장의 오해에서 비롯됐지만 정당한 근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직자인 한 장관이 이에 대한 의혹 제기와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2019년 12월 24일자 피고인 발언은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의 잘못된 보고를 근거로 검찰이 피고인을 불법 사찰한 것으로 오해해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표적 수사하기 위해 별 혐의가 없는 피고인 계좌를 들여다보는 것은 부당한 일이기에 공적인 일과 관련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 전 이사장은 선고가 끝나고 취재진을 만나 "공소사실에 대해서 일부 무죄, 일부 유죄 그렇게 나왔는데 검찰도 항소할 것 같다"며 "판결 취지를 존중하지만 1심 판결이니까 항소해서 무죄를 다퉈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장관이) 이동재 기자와 함께 저를 해코지 하려고 했다고 저는 생각한다. 녹취록을 보면 제가 느끼기에 (한 장관이 이 기자의 취재를) 방조했다고 본다"며 "그것이 검사로서 한동훈의 잘못이라고 보고, 노무현재단 계좌 추적과 관련해서 사실이 아닌 책임은 저한테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훈씨가 검사로서 한 일에 대해서 진상이 밝혀져 있지 않다. 누구나 살다 보면 공직자든 아니든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데, 그럴 때에는 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제가 무죄가 나왔더라도 상 받을 일을 한거 아니지 않나. 제가 부분 유죄가 나왔다고 한동훈씨가 검사로서 상 받을 일을 한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