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차관들은 8일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3국 안보협력을 진전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협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3국 차관은 우선 "북한의 반복되는 불법적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 뒤 지난달 27일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 결과를 재확인했다.
이어 북한 위협에 맞서 3국 안보협력을 진전시켜 나가는 한편, 미국은 확장억제(핵우산)를 포함한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고한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
3국 차관은 북한이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국제사회의 지원에 호응하기를 희망하는 한편, 진지하고 지속적인 대화의 길이 여전히 열려있음을 강조했다.
이들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신속한 해결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장관 공동성명, 북핵수석협의 이어 3자공조 강화…日 납치 문제도 공유
3국 차관은 이와 함께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지원, 미얀마의 조속한 민주주의 복귀, 아세안 주도 지역구조 내의 관여 강화, 태평양도서국과의 협력 증진, 경제 및 에너지 안보 강화, 여성의 역량 증진 및 인력개발,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포용적인 인도태평양 증진을 위한 노력 등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공유하는 가치에 기반한 한미일 3국 협력이 자국 국민들에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정례적 3국 협의를 지속하기 위해 차기 회동은 일본 도쿄에서 열기로 했다.
3국 차관들은 별도 배포한 공동성명과 함께 한미일 순으로 협의 결과를 설명했고 언론의 질의‧응답은 받지 않았다.
조 차관은 "3국 협력의 지리적 범위는 한반도에 머물러있지 않고, 인태 지역과 전 세계로 꾸준히 확장되고 있으며 협력의 폭과 깊이도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미일 공조는 물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와 쿼드(4자안보협의체)와의 협력 등에 대한 신 정부의 의지를 설명했으며, 한국 자체적인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계획을 공유하고 미일 양측의 지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셔먼 부장관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촉구하는 한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을 거론하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리 차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 인도태평양에서 허용될 수 없음을 강조했고 납치 문제에 대한 이해와 협력을 당부했다.
대만‧남중국해 등은 거론 안 돼…당면한 북핵 위협에 초점 맞춘 듯
이날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따라서 북한의 추가 도발시 대북제재 방안 등도 거론되지 않았다.
전날 조 차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와 한미 방위태세 차원의 추가 조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셔먼 부장관도 "전 세계가 강력하고 분명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또 중국 견제 목적으로 풀이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태평양도서국과의 협력 방안 등이 포함됐지만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난달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때 IPEF는 물론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가 중요하게 거론됐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는 이번 공동성명이 북한의 당면한 위협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의 주요 관심사인 납치 문제가 성명에 포함된 반면, 우리 정부가 의지를 표명한 쿼드 협력 등은 빠져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섞어쏘기' 도발(5월 25일)을 감행한 직후 발표된 3국 외교장관 공동성명의 연장선인 셈이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의 ICBM 도발 이후 외교장관 공동성명, 외교차관 통화, 북핵수석협의에 이어 외교차관 협의 등 신속하고 연쇄적인 대응으로 대북 공조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