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전력의 적자를 규모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전력시장가격(SMP) 상한제를 두고 민간 발전사들이 첫 집단행동에 나섰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연료가격은 떨어질 줄 모르는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대안까지 소송전이 예고되면서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이하 전태협)는 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지난달 산업부가 고시한 전력거래가격 상한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홍기웅 전태협 회장은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전력시장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며 "(그럼에도) 근본적인 원인인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않고 규제로 해결하려다 보니 결국 시장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이 1분기에만 7조 8천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산업부는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도매가에 사올 때 적용되는 가격인 SMP에 상한을 두는 시장규제를 하기로 했다. 사실상 한전의 적자를 발전사들이 일부 분담하도록 한 셈이다.
이에 민간·중소 발전사업자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SMP가 떨어질 땐 손실을 보전해 준 적 없었던 정부가, 반대 상황에선 시장을 통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해당 고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가처분 소송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한편 이같은 충돌을 뚫고 발전사와 적자 분담을 하더라도 그 규모가 제한적이어서 올해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적자 폭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SMP 상한제가 시행되더라도 발전사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전력을 팔진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결국 현재 상황을 회복하려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전이 최근 글로벌 연료 가격 급등을 반영해 계산한 지난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33.8원에 달했다. 그만큼 올려야 손해 보는 장사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연료비 조정단가는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까지 조정할 수 있다. 한전은 지난 2분기 전기요금 조정 당시 요구한 것처럼 오는 3분기에 3원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과 산업부의 입장은 같지만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물가 전반을 관리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4%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3분기 전기요금을 추가로 올릴 경우 물가상승률이 6%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