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고학력 여성일수록 아이 낳을 확률 높다

보사연, 신혼부부 1779명 분석…중졸 이하 '자발적 無자녀'↑
'교육수준 높을수록 아이 안 낳는다'는 예전 통념 뒤집혀
非자발적 무자녀, 대개 난임치료 경험…국가지원 확대해야

스마트이미지 제공

국내 초혼 연령이 점차 올라가는 가운데 교육수준이 높은 기혼여성일수록 아이를 낳을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세기 전만 해도 '많이 배운 여성일수록 출산을 꺼려 한다'는 통념이 현실에 가까웠지만, 신혼부부 1779명을 상대로 출산의향 등을 조사한 결과 현재는 당사자인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자원이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유의미한 요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기혼부부의 무자녀 선택과 정책과제'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보사연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0.86) 상황에서 '무자녀'(childless) 부부를 자발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은 경우와 아이를 낳을 의사는 있지만 아직 뜻대로 되지 않은 비자발적 경우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전반적으로 아이를 일부러 갖지 않은 부부보다는 비자발적으로 무자녀 상태가 된 부부의 소득 수준이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가구소득별로 살펴보면 월소득 450만원 미만의 경우, 자발적 무자녀 부부가 35.2%, 비자발적 무자녀 부부가 21.6%였다. 450~600만원 미만은 자발적 무자녀 30.1%, 비자발적 무자녀 41.5%의 비율을 보였다. 600만원 이상을 버는 부부는 자발적 무자녀가 34.7%, 비자발적 무자녀 부부가 36.9%로 나타났다.
 
또 자발적으로 임신을 피한 부부의 경우, 아내의 저소득 비율(37.4%)이 비자발적 부부(20.6%)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수준도 '비자발적' 무자녀 부부가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자발적 무자녀 부부는 고졸 이하 학력이 26.9%인 데 반해 비자발적 무자녀 부부는 13.6%에 그쳤다. 4년제 이상 대학을 나온 경우도 비자발적 무자녀 부부(63.4%)가 자발적 무자녀(51.3%)보다 다소 높았다. 이는 남편과 아내를 따로 분리해 살펴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구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문대 졸업 이상의 교육수준을 지닌 고학력 여성들의 무자녀 비율이 고졸이나 중졸 이하 여성보다 현저하게 높게 나타났다"며 "즉 이 시기에는 여성의 교육수준과 무자녀 비중이 정비례 관계를 보였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는 교육수준에 따른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2000년대, 특히 2005년 이후 정비례 관계가 반비례 관계로 변환되었다"며 "2015년 시점의 중졸 이하 학력을 지닌 여성의 무자녀 비중은 7.60%인 반면,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지닌 여성의 경우 5.15%였다"고 설명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보사연은 1950년대생부터 무자녀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가운데 고졸 또는 전문대졸 이상 여성을 중심으로 무자녀 비중이 감소했지만 중졸 이하 여성의 무자녀 비중은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졸 이하 학력을 지닌 여성들의 비자발적 무자녀 비중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현상을 두고 "사회경제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에 40세에 이를 때까지 무자녀로 남아 있다면 고졸이나 그 이상의 학력을 지닌 여성에 비해 출산 자체를 빨리 포기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같은 교육수준의 여성이어도 초혼연령이 35세 이상으로 넘어갈 경우 자발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는 비중이 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의 심층면접에서 일부 자발적 무자녀 부부는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등이 해결된다면 아이를 가질 의향이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와이프가 아이를 낳고도 일할 수 있든가,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든가 아니면 살짝 이제 (경력이) 끊겨도 아이를 키우고 나서 다시 취업을 했을 때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그게 되면 낳을 것 같아요."(사례자)
 
'비자발적' 무자녀 부부 대부분은 난임 치료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시술 실패가 거듭될수록 실망이 커졌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도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3년 동안 총 4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갔다며 경제적 부담을 털어놓은 부부도 있었다.
 

연구진은 "'비자발' 유형 참석자들은 불임 및 난임 치료 지원제도에서 지원의 비용과 횟수가 확대되고 정책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부부들은 치료과정에서 드는 우울감 등에 대해서도 '으레 다들 힘드니까' 식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

보사연은 난임·우울증 상담센터를 시·도별로 확충하는 한편 난임 휴직을 위한 법령 개정, '외벌이 2자녀 부부'의 조세 부담률 낮추기 등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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