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원구성 협의 실종으로 후반기 국회가 일주일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서로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는 데다 더불어민주당은 6·1지방선거 후폭풍으로 내홍을 겪고 있어 본격적인 논의까지는 첩첩산중이다.
국민의힘 "법사위장 달라" vs민주당 "의장단 선거부터 하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6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우리 입장만 생각해서 계속 요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봐서 이번 연휴 끝나고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주부터 원구성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입장 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 몫으로 하자는 건 여야 합의사항이고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나눠 갖는 것은 국회의 전통"이라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싶으면 국회의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줄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내줄 수 없다면서도 우선 국회의장단을 선출해 국회 공백 사태를 막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의장단 부재로 법안 처리는 물론 상임위원회 구성까지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홍근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이 없어 민생 위기와 북한 도발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하고 있다"며 "당장 내일이라도 국회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하자"고 국민의힘에 압박을 가했다.
민주당 '내홍'으로 협상 미지수…청문회도 '산적'
여야의 입장차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의 복잡한 사정까지 고려하면 실제 원구성 논의가 진척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패배를 수습할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한 상태다. 다만 비대위원장 선출과 비대위 성격 등을 두고 계파 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책임론'을 두고 당내 노선 정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서도 법사위원장을 가져가야 하는 지를 두고 서로 다른 이견이 나오고 있다. 앞서 박용진 의원은 SNS에 "법사위원장을 탐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라며 "국회 입법 독주를 민주당이 마시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종민 의원은 법사위의 권한을 축소한다면 국민의힘에 양보할 수 있다는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원구성 협상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새정부 내각 인사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6일 "6월 말까지 시한을 두고 원구성을 마무리 하고, 그때까지 원구성이 안되면 (내각 후보자들을) 행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법에 따라 임명해도 뭐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상태다. 이들 후보 중 일부는 과거 행적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는데 청문회 절차도 없이 임명이 강행될 경우 여권은 물론 민주당 역시 비판여론을 나눠가질 수밖에 없다.
박 후보자의 경우 2001년 12월 면허 취소 수준을 훌쩍 넘는 혈중알코올농도 0.251%로 승용차를 운전하다 적발돼 선고를 유예하는 처분을 받았다. 김승희 후보는 2019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치매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