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뒤치락' 용산공원 시범개방, 무슨 일 있었나

2주 새 개방→무기한 연기→재개방 냉탕온탕 오가던 용산공원 시범개방
"정부 일각 반대 목소리에도 대통령실 의지 반영된 듯" 뒷얘기도
환경부 조사에서 발암물질 기준치 수십 배 넘는데…정화작업 없이 흙·잔디만 덮고 공개?
"휘발성 물질은 저감 조치로 못 막아…2시간 이용 제한으론 안전 장담 못할 것"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가 용산공원 부지의 시범개방을 놓고 혼선을 빚으면서 공원 부지의 발암물질 논란에 다시금 불이 붙고 있다.

대통령실 코앞인데 벤치 세우느라 일정 바꿔? 상식 밖 용산공원 개방 일정

국토교통부는 오는 10일부터 19일까지 10일 동안 용산공원 일부 부지를 시범개방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9일에도 25일부터 용산공원 일부를 시범개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20일, 금요일 퇴근을 앞둔 5시 46분쯤 개방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당시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편의시설 등 사전준비 부족으로 관람객 불편이 예상된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용산 공원을 연내 개방하는 일정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설명할 때에도 윤 대통령 입으로 공언했던 일이다. 특히 시범개방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 앞뜰까지 시민들에게 공개하기 때문에 국토부 혼자 결정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시범개방 일정을 밝혔던 19일 당일에도 국토부 원희룡 장관이 국회에서 직접 재확인했던 개방 일정을 고작 그늘막, 벤치 따위를 추가하기 위해 번복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발암물질 기준치 수십 배 넘는데 개방 강행…"정부 내에서도 반발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용산 공원 개방 일정을 놓고 빚어진 혼선이 단순히 정권 교체 직후 부처 간의 호흡이 잘 맞지 않은 일이라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그칠 수 있다. 하지만 용산 공원 부지에 묻혀있는 발암물질 문제가 원인이라면 사안의 중요성이 달라진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 부처 내부에서 안전 문제에 관한 반대 입장이 개진돼 개방 일정이 멈춰섰다고 한다"며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용산 공원 부지를 개방해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용산 미군기지 터에 대해 토양·지하수가 오염돼 발암물질이 배출된다는 지적은 하루이틀의 논란이 아니다. 더구나 이러한 오염 문제를 지적한 주체도 정부 부처들이다.

지난해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국방부의 의뢰로 용산 미군기지 부지를 조사한 환경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미군 숙소 부지의 TPH(석유계총탄화수소, 토양의 기름 오염 정도)가 공원 등으로 조성할 수 있는 '1지역' 기준치의 29배를 넘었다.

시범개방에서 '쉼터 공간'으로 조성된 스포츠필드의 경우에도 TPH가 36배를 넘었고, 중금속인 구리와 납, 아연 등도 모두 기준치를 넘어섰다.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비소 등도 부지 곳곳에서 기준치의 수십 배를 넘는 결과를 기록했다.

文정부는 7년 넘게 걸린다던 정화 작업, 尹정부에선 잔디만 덮으면 끝?

국토교통부 제공

이에 대해 정부는 오염된 흙이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에게 접촉되지 않도록 산책로를 새로 조성하거나, 인조잔디를 포장하는 등 '토사피복'을 통해 위해성 저감조치를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다.

그럼에도 이번 시범개방을 한번에 2시간씩 공개하도록 제한하는 이유가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시간, 노출량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정부도 현재 용산공원이 오염돼 시민들이 장시간 노출되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기름 등에 오염된 토양 작업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인천 부평에 있던 미군기지 '캠프 마켓'은 2년 넘게 오염된 흙을 제거하는 환경 정화 작업을 진행했고, 춘천의 '캠프 페이지'도 3년 이상 정화 작업을 벌였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 당시만 해도 용산 시민공원 조성 작업을 완료하는 시점에 대해 오염된 흙 등을 완전히 제거하는 정화 작업을 마치기 위해 최소 7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면서 용산공원 개방 일정을 함께 앞당기기 위해 오염된 흙을 제거하는 정화 작업 대신 임시방편으로 위해성 저감조치만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 정규석 사무처장은 출입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해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해명에는 "코로나19 사태만 봐도 건강한 사람은 감기처럼 넘기는데,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노약자에게는 치명적이었지 않느냐"며 "오염물질에 대한 역치가 사람마다 다른데, 2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것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말하는 '토사피복'에 대해서도 "문제가 되는 오염물질 가운데 폐를 공격하는 니켈 등 휘발성 물질이 많은데, 이 경우 땅을 덮어도 바람을 통해 호흡기로 감염된다"며 "이런 것들은 잔디, 흙을 오염된 땅 위에 덮는다고 막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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