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친해진 선배 가수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온 지 오래된 곡인데도 대표곡이라서 지금까지도 부른다는 선배 가수는, 대중이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노래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 후로 케이시의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넥스타엔터테인먼트에서 최근 컴백한 케이시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케이시는 코로나 이후 약 3년 만에 대면 콘서트를 열고, 새 싱글 '러브 & 헤이트'(LOVE & HATE)를 발매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번 컴백 땐 처음으로 더블 타이틀을 채택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19일 나온 '러브 & 헤이트'의 타이틀곡은 '늦은 밤 헤어지긴 너무 아쉬워'와 '점점 지쳐가'(HATE YOU)다. 두 곡 모두 케이시가 작사했으나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전자가 사랑을 시작할 때 느끼는 행복함과 설렘이 가득하다면, 후자는 이별 앞에 마주한 처절함을 표현한 곡이다.
가사는 '솔직하게' 쓰는 데 중점을 뒀다. 케이시는 "아름다운 단어를 쓰고 문장 표현을 꾸밀 수 있다. 노래는 당연히 아름다워야 하는 게 맞지만, 그 안에 표현을 솔직하게 해야 사람들도 익숙하고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과하게 포장 안 해도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솔직하게 썼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케이시는 "한 곡을 노려보자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모두의 공감을 얻어보고자 했다. 같은 시간에 있어도 누군가는 사랑하고 누군가는 이별을 경험하지 않나. 한 커플을 봐도 한 사람은 정말 아직도 너무나 사랑하지만 상대방은 점점 식어갈 수도 있고"라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길 바라서 더블 타이틀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주로 이별 소재의 발라드를 꾸준히 낸 케이시에게 '늦은 밤 헤어지긴 너무 아쉬워'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밝은 노래를 할 예정인지 묻자, 그는 "너무 좋다. 밝은 노래를 할 땐 그 순간에 제가 진짜 너무 밝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가수는 노래 따라간다고 하니 밝은 노래를 내고 싶다. 저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재계약도 수월했다. 케이시는 "여기서 나를 낳아주셨으니 여기서 커야지, 여기서 지내는 게 맞지 생각했는데 대표님이나 영수 작곡가님은 '혹시 몰라' 하셨더라"라며 "아예 나갈 생각도 없었고 여기서 열심히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앨범 때마다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을 조영수 작곡가님은 알아봐 주신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엄청 큰 힘이 된다"라며 "영수 작곡가님은 너무 섬세하시기도 하고 제가 노력하는 부분을 알아보고 칭찬해 주시니까 그만큼 행복한 건 없다. 여기서 행복한 음악을 하고 있으니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2015년 데뷔해 올해 7주년을 맞은 케이시. 그는 시행착오 끝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과 대중이 원하는 것의 접점을 어느 정도 맞추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행하는 걸 따라 할 수 있지만 굳이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라며 "너무 욕심내지 않는 게 저희의 방법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노래방 애창곡으로 꼽히는 등 곡이 사랑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케이시는 "제 노래는 사실 엄청 고음을 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꾸밈없고 여자분들이 부르기 편하다고 생각한다. 가사에도 의미가 담겨 있으니까 노래를 통해 마음 표현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답했다.
혹시 역주행을 바라는 곡은 없을까. 케이시는 2017년 발매한 '드림'(Dream)을 들었다. 케이시는 "지금은 완전 발라드를 하지만 '드림'은 알앤비에 아까운 곡이다. 노래 자체가 되게 몽환적이고 소녀스러움이 묻어있는 곡이라서 제가 콘서트 할 때 꼭 넣는 곡이다. 그 곡을 아직도 너무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약 3년 만에 콘서트를 연 케이시는 이때 신곡 '늦은 밤 헤어지긴 너무 아쉬워'와 '점점 지쳐가'를 팬들 앞에서 최초 공개한 바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리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콘서트'였다는 케이시는 축제와 다른 공연에도 열려 있다.
"분명히 안 좋았을 때도 있었고 좋았을 때도 있지만 버틴 게 제가 제일 잘한 거 같아요. 포기하지 않았던 거, 주변 사람들도 저를 포기하지 않았던 게 제일 긍정적인 부분이고요. 이제는 행복하게 하려고 해요. 예전엔 잘해야 해, 하면서 스트레스받고 행복하게 즐기지 못한 게 아쉬운 것 같아요. 지금은 즐기면서 행복하게 하다 보니까 즐기면서 잘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왜 이렇게 욕심내서 했지 싶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