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곤(57·사법연수원 25기) 신임 서울고등검찰청장이 23일 취임했다. 최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조직을 대변해 쓴소리에 앞장 섰던 김 신임 고검장은 이날 취임사에서도 바뀐 형사사법체계에서 구성원들이 지혜를 발휘해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김 고검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최근 한달 사이 입법 절차나 내용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평가되는 급박한 법률 개정이 있었다"며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있는 법이라 할지라도 법이 통과된 이상 우리는 그 법을 집행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변화된 업무체계에 대한 대응은 대검·법무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구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선의 문제의식이 반영될 때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모두 개정 형사사법체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관심을 갖고 고민하고, 목소리를 보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고검장은 한차례 처분이 이뤄진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고등검찰청의 주요 업무 특성에 따라 구성원들에게도 사려 깊은 자세를 부탁했다. 김 고검장은 "항고 절차, 항소심의 공통점은 이미 공적 기관에서 1차 판단을 받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를 들어 고등검찰청에서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기를 바란다"며 "더욱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성의를 기울여 배려하는 자세로 이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 보호도 강조했다. 김 고검장은 "고검은 고소·고발인들에게는 피해를 호소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며 "특히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사안일수록 고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여성·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고검장은 "검찰은 형사사법의 주재자, 국가 공익의 대표자, 피해자들의 대변인 등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는 기관"이라며 "관행적 업무 처리를 지양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국민 불편은 없는지, 더 발전할 수 있는 요인은 없는지 적극적으로 살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함으로써 '공익의 대표자'로서 역할과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맺었다.
김 고검장은 이날 첫 출근길에서도 "검찰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라며 "우리 직원들과 합심해서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중립성이나 독립성은 검찰이 존재하는 한 지켜야 할 가치"라며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고검장으로서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