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반도체‧배터리 등 공급망 재편을 중심으로 기술동맹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첫 행선지인 경기 평택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만나 '경제안보'를 강조했던 두 정상은 양국 국가안보실(NSC) 산하 핫라인과 장관급 기구를 신설해 공급망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군사, 경제 이어 '기술동맹' 격상 시킨 한미정상회담
양국 정상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소인수 회담을 시작으로 단독 환담, 확대 회담 등을 끝내고 오후 4시 18분쯤 공동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약 3시간에 걸친 정상회담을 진행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전부터 경제안보 행보를 예고했던 만큼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공동 성명'에서도 반도체 등 첨단 부품들의 공급망과 관련된 내용들이 중점적으로 담겼다.
두 정상은 향후 더 긴밀하게 공급망 재편을 논의하기 위해서 2개 기구 신설에 합의했다. 공동 성명에서 양국은 "한미의 국가안보실에 양 정부 간 행정적·정책적 접근방식을 조율하기 위한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지시할 것"이라며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등 주요 품목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 촉진을 논의하기 위해 정례적인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NSC 직속 기구로 '경제안보대화'와 장관급 기구 '공급망‧산업대화' 신설을 약속한 것이다.
공급망 재편 관련 기술동맹으로 한미 관계를 격상시키는 것과 관련해선 '가치 동맹'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공동의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맞게 기술을 개발, 사용, 발전시킬 것을 약속했다"며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침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 관련 해외 투자심사 및 수출통제 당국 간 협력을 제고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 사이에서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 기술동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이 중국에 대한 '포위망 강화'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부품 분야에서 동맹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날 양국 정상이 함께 방문한 평택 삼성 반도체공장은 전 세계 메모리의 약 15%를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시장 점유율에서도 미국(49.8%)에 이어 우리나라(19.9%)는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미정상, 첫 행선지 '반도체공장' 상징 행보…대중국 포위망 강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행선지로 반도체공장을 택한 것 자체가 상징적인 행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윤석열 정부도 반도체 초격차를 확보해 나가기 위해 '국가안보자산'이라는 인식 하에 전폭 지원하겠다고 밝히며 미국 정부에 화답했다. 전날 양국 정상은 평택 반도체공장에서 종이 방명록 대신 3나노 웨이퍼에 각각 서명하며 군사·경제동맹에서 기술동맹으로 격상을 암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해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양국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청정에너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중요한 요소인 원자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원자력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선진 원자로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의 개발과 전 세계적 배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산업에서도 공급망 재편을 고려해 한미 간 원전기술 이전 및 수출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협력 체제를 갖추기로 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경제 안보로 국민들이 어떤 효과를 느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시스템 반도체나 요소수 사태처럼 생활과 산업 생산에 필요한 물자들의 공급망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국민 생활과 직결된다"며 "그렇기에 이를 국가 안보, 군사 안보와 동일 선상에서 다뤄야 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보다 긴밀하게 우리의 공급망을 강화해 충격에 대비하게 만들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의 협력은 우리의 전략적인 발전을 위해서 매우 중요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