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적 않는 국민의힘…강용석 본인도 '딜레마'?

김은혜와 단일화 거듭 압박 강도↑
애초 당선보다 '정치 재기' 의도 감지
尹통화 발언…부정적 반응 일파만파
金 신중한 입장, 국힘 당내 부정 여론
사퇴 실익 無, 완주하면 '남 좋은 일'
전문가 "타협점 못 찾아 다급한 모습"

무소속 강용석 경기도지사 후보가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 남문시장 지동교에서 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6·1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보수후보 단일화가 지지부진하다.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무소속 강용석 후보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퇴하자니 정치적 실익이 없고, 실제 완주를 하자니 스스로 얘기했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어부지리 당선에 대한 원흉이 될 수 있는 데다 막대한 선거비용까지 부담되기 때문이다.

 

'정치 재기' 노린 강용석, 점차 세지는 '단일화 압박'

 
2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초박빙 승부처인 경기지사 선거에서 보수후보 단일화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강 후보는 김 후보를 상대로 연일 단일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틀 전 유세에서 강 후보는 "국민의힘 기회주의우파들을 전부 내쫓겠다. 김동연, 김은혜 후보는 무소속이면 1%도 못 얻지 않겠느냐"며 단일화 무산 시 완주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지난 1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단일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선거에서 끝까지 갈 것"이라며 투표 지지율이 10% 이상이면 신당(가칭 가로세로연합)까지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17일 국립현충원 참배 백브리핑에서도 "단일화 조건은 명확히 이미 공개했다. 김은혜 후보가 받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며 단일화 협상을 재촉했다.
 
그간 강 후보는 양자 TV토론 3회 실시와 소속 정당 표기 없는 여론조사 등 구체적인 조건들을 내걸며 김 후보와 국민의힘을 상대로 수용을 촉구해왔다.
 
조건을 제시하면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선거를 완주해 보수 표심을 갈라치기 하겠다며 단일화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그가 목소리를 높여가는 데 대해서는 당초 복당이나 다음 총선 출마 등 정치적 재기를 의도했다가 최근 단일화가 더뎌지자 다급함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본인 압박감도 클 것"이라며 "정치실익과 지지층을 의식해 단일화에 노력했다는 알리바이를 남기려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국힘 단일화 먹구름…무산 시 "완주" 속내는?

 
국민의힘 복당이 불허된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서울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의장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한 것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같이 강 후보가 다급함을 보이게 된 배경에는 국민의힘 당내에 흐르는 강 후보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화근은 윤 대통령 당선인과의 통화 관련 발언이었다.
 
그는 대통령도 보수후보의 단결에 관심이 있다는 취지로 통화내용을 공개했지만, 민주당이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라며 공격할 빌미를 줬다는 이유로 당내 단일화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단일화 상대인 김 후보는 애초 단일화에 선을 그어오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가능성을 열어두는 말을 했으나, 통화논란 직후 인터뷰와 토론에서는 "(단일화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다시 거리를 뒀다.
 
강 후보와 오랜 원한 관계인 이준석 대표는 "대통령에게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과의 단일화는 검토도 할 이유가 없다"며 단일화를 해당행위로 깎아내리는가 하면, 당 지도부 전반에도 강 후보 복당을 전제로 한 단일화에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단일화에 먹구름이 끼자 강 후보는 이 대표를 겨냥해 "성상납 의혹 당사자의 물타기"라며 거칠게 역공하면서, 김 후보를 상대로는 단일화 협상에 직접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후보와 당에서 여전히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단일화 협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지연되는 양상이다.
 
이에 강 후보는 "중도사퇴, 일방적 사퇴는 없다"며 완주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보수 패배에 대한 책임론과 선거비용 부담으로 실제 완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국 협상 없이 사퇴를 하면 정치적으로 얻을 게 없고, 끝까지 선거를 치러봐야 보수층을 분열시킨 원흉으로 낙인찍힐 우려와 경제적 부담마저 커 이러기도 저러기도 난감한 셈이다.
 
그간 국민의힘이 중도층 이탈을 우려해 극우세력과의 단일화를 망설였듯, 단일화에 적극 메시지를 던져온 강 후보 본인도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완주하는 순간 보수의 역적으로 몰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복당도 힘들어진다"며 "이 대표와의 앙숙 관계가 더해져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짚었다.

 

"협상 주도권 잡지 못해 초조해진 형국"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강용석 무소속 후보. 연합뉴스

정치적 실익을 노리는 강 후보 입장에서는 시간이 더 지체될수록 더욱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대통령 당선인과의 통화 공개 논란과 이 대표와의 극심한 갈등 문제로 되레 강 후보 자신이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놓치게 된 형국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강용석이 캐스팅보터이긴 하지만 당선권에서 멀다는 인식으로 김 후보로 지지가 이동할 수 있다"며 "단일화 효용성이 반감될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평론가도 "강용석에게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단일화가 지연되면 사표방지 심리로 인해 표가 김은혜 쪽으로 합쳐지면서 강 후보가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앙숙인 이준석 대표가 단일화 제안을 곱게 받아줄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윤핵관들과 직거래를 트려고 윤과의 통화 공개까지 한 것"이라며 "그런데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면서 치열한 눈치싸움으로 협상을 더 어렵게 끌고 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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