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보수후보 단일화가 지지부진하다.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무소속 강용석 후보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퇴하자니 정치적 실익이 없고, 실제 완주를 하자니 스스로 얘기했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어부지리 당선에 대한 원흉이 될 수 있는 데다 막대한 선거비용까지 부담되기 때문이다.
'정치 재기' 노린 강용석, 점차 세지는 '단일화 압박'
2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초박빙 승부처인 경기지사 선거에서 보수후보 단일화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강 후보는 김 후보를 상대로 연일 단일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틀 전 유세에서 강 후보는 "국민의힘 기회주의우파들을 전부 내쫓겠다. 김동연, 김은혜 후보는 무소속이면 1%도 못 얻지 않겠느냐"며 단일화 무산 시 완주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지난 1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단일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선거에서 끝까지 갈 것"이라며 투표 지지율이 10% 이상이면 신당(가칭 가로세로연합)까지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17일 국립현충원 참배 백브리핑에서도 "단일화 조건은 명확히 이미 공개했다. 김은혜 후보가 받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며 단일화 협상을 재촉했다.
그간 강 후보는 양자 TV토론 3회 실시와 소속 정당 표기 없는 여론조사 등 구체적인 조건들을 내걸며 김 후보와 국민의힘을 상대로 수용을 촉구해왔다.
조건을 제시하면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선거를 완주해 보수 표심을 갈라치기 하겠다며 단일화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그가 목소리를 높여가는 데 대해서는 당초 복당이나 다음 총선 출마 등 정치적 재기를 의도했다가 최근 단일화가 더뎌지자 다급함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본인 압박감도 클 것"이라며 "정치실익과 지지층을 의식해 단일화에 노력했다는 알리바이를 남기려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국힘 단일화 먹구름…무산 시 "완주" 속내는?
이같이 강 후보가 다급함을 보이게 된 배경에는 국민의힘 당내에 흐르는 강 후보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화근은 윤 대통령 당선인과의 통화 관련 발언이었다.
그는 대통령도 보수후보의 단결에 관심이 있다는 취지로 통화내용을 공개했지만, 민주당이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라며 공격할 빌미를 줬다는 이유로 당내 단일화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단일화 상대인 김 후보는 애초 단일화에 선을 그어오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가능성을 열어두는 말을 했으나, 통화논란 직후 인터뷰와 토론에서는 "(단일화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다시 거리를 뒀다.
강 후보와 오랜 원한 관계인 이준석 대표는 "대통령에게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과의 단일화는 검토도 할 이유가 없다"며 단일화를 해당행위로 깎아내리는가 하면, 당 지도부 전반에도 강 후보 복당을 전제로 한 단일화에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단일화에 먹구름이 끼자 강 후보는 이 대표를 겨냥해 "성상납 의혹 당사자의 물타기"라며 거칠게 역공하면서, 김 후보를 상대로는 단일화 협상에 직접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후보와 당에서 여전히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단일화 협상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지연되는 양상이다.
이에 강 후보는 "중도사퇴, 일방적 사퇴는 없다"며 완주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보수 패배에 대한 책임론과 선거비용 부담으로 실제 완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국 협상 없이 사퇴를 하면 정치적으로 얻을 게 없고, 끝까지 선거를 치러봐야 보수층을 분열시킨 원흉으로 낙인찍힐 우려와 경제적 부담마저 커 이러기도 저러기도 난감한 셈이다.
그간 국민의힘이 중도층 이탈을 우려해 극우세력과의 단일화를 망설였듯, 단일화에 적극 메시지를 던져온 강 후보 본인도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완주하는 순간 보수의 역적으로 몰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복당도 힘들어진다"며 "이 대표와의 앙숙 관계가 더해져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짚었다.
"협상 주도권 잡지 못해 초조해진 형국"
정치적 실익을 노리는 강 후보 입장에서는 시간이 더 지체될수록 더욱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대통령 당선인과의 통화 공개 논란과 이 대표와의 극심한 갈등 문제로 되레 강 후보 자신이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놓치게 된 형국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강용석이 캐스팅보터이긴 하지만 당선권에서 멀다는 인식으로 김 후보로 지지가 이동할 수 있다"며 "단일화 효용성이 반감될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평론가도 "강용석에게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단일화가 지연되면 사표방지 심리로 인해 표가 김은혜 쪽으로 합쳐지면서 강 후보가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앙숙인 이준석 대표가 단일화 제안을 곱게 받아줄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윤핵관들과 직거래를 트려고 윤과의 통화 공개까지 한 것"이라며 "그런데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면서 치열한 눈치싸움으로 협상을 더 어렵게 끌고 가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