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전통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넘어 원전과 반도체, 배터리 등 실질적 분야에서의 기술·수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펴며 침체기였던 원전업계에서는 이번 '원전 동맹'을 계기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서울 용산 청사에서 한미 확대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성명을 통해 "선진 원자로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및 전세계적 배치를 가속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원자력이 탄소제로(중립) 전략의 핵심이자 청정에너지 경제, 글로벌 에너지안보 증진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수출 진흥은 물론이고 역량개발 수단도 공동으로 사용해 '회복력 있는 원자력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 에너지 전략에서 재생에너지를 주전력으로 삼고 원전은 2080년까지 점진적으로 퇴출하는 정책을 폈다. 이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까지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력을 자랑하던 국내 원전업계가 지난 5년간 투자나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에서 다소 뒤처지게 됐다는 비판이 많았다.
원전 부품을 만드는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 정부 후반부터는 원전 수출이나 특히 SMR 개발을 장려하는 것처럼 이야기는 했지만 현장에선 체감할 것이 없었다"며 "수출시장이 크게 열려 수주가 늘어나고 인력도 다시 유입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전 업계 관계자도 "관건은 제3국 수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고사위기에 놓인 업체들이 빠르게 회복되려면 미국과의 브랜드 결합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당장 일감이 주어져야 한다. 이미 현장을 떠났거나 고민 중인 기술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상무부 역시 체코,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 제3국으로의 공동수출을 목표로 협력을 심화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탈원전을 저울질하던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안보 문제로 원전 도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한편 국내 원전업계의 가장 큰 난관인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협력이 기대된다. 비교적 가까운 미래에 저장용량이 가득 찰 원전에 대한 처리시설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는 파이로프로세싱 등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 노하우와 경험을 교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