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세계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 한국 여자 대표팀. 지난 14일(한국 시각)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2 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여자 대표팀이 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세계단체선수권대회는 남녀 별로 2년마다 열리는데 각각 토마스컵과 우버컵으로 불린다. 한국은 2010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대회에서 역시 중국을 3 대 1로 누르고 처음으로 우버컵을 차지한 바 있다.
이후 12년 만에 다시 한국 낭자들이 힘을 낸 것이다. 1988년부터 시작된 이 대회에서 중국은 7회 연속 우승을 이룬 최강이다. 한국은 2012년과 2016년에도 결승에 올랐지만 중국을 넘지 못했지만 6년 만에 결승에 오른 올해 다시 정상을 차지했다.
반면 남자 대표팀은 8강에서 탈락했다. 12일 밤 방콕에서 열린 덴마크와 세계남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8강에서 2 대 3으로 분패했다. 남자 대표팀은 2020년에도 4강 진출이 무산됐다.
최근 꾸준히 성적을 내는 여자팀에 비해 남자팀의 부진이 상대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올림픽에서도 여자팀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지난해 도쿄 대회에서 여자 복식 동메달을 따내며 노 메달 위기의 한국 배드민턴을 구해냈다. 그러나 남자팀은 2012년 런던올림픽 이용대(요넥스)-고(故) 정재성의 복식 동메달 이후 두 대회 연속 메달이 없었다.
세계 랭킹을 보면 남녀팀의 대비가 뚜렷하다. 여자팀은 단식 에이스 안세영(삼성생명)이 세계 3위에 올라 있고, 복식에서도 이소희-신승찬과 김소영(이상 인천국제공항)-공희용(전북은행)이 2, 3위를 달린다. 반면 남자팀은 단식에서 허광희(삼성생명)이 31위, 복식에서 최솔규-서승재(이상 국군체육부대)가 11위로 가장 높다.
남자팀이 세계 정상권에서 사실상 멀어진 데는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매끄럽지 못한 세대 교체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혼합 복식 금메달을 따낸 이후 한국 배드민턴 간판으로 활약해온 이용대는 "국가대표팀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줘야 하는데 리우올림픽 이후 베테랑들이 대거 태극 마크를 놓게 되면서 어린 선수들이 배울 언덕이 없어졌다"고 짚었다.
당시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리우올림픽 부진에 따라 세대 교체를 위해 30세 이상 선수들에 대해 대표팀 자격을 제한해 논란을 빚었다. 이용대를 비롯해 유연성, 김기정(이상 당진시청), 고성현, 신백철(이상 김천시청), 김사랑(밀양시청) 등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당시 여자팀은 배연주 정도만 태극 마크를 내려놓은 터였다.
그런 차이가 현재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여자팀은 30살 김소영을 비롯해 이소희, 신승찬, 공희용 등 20대 후반 언니들이 이끌고 안세영, 심유진 등 20대 초반 동생들이 따르는 등 신구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 국가대표 사령탑 출신 안재창 인천국제공항 감독은 "올림픽이 끝나고 후유증이 컸을 텐데 여자 선수들의 정신력이 대단하다"면서 "신승찬은 왼발목 수술을 해야 할 정도고 다들 몸이 만신창이가 됐는데도 재활을 하면서 출전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이렇게 열심히 하니 후배들이 배울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반면 남자팀은 예전의 영화를 누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안 감독은 "현재 국제 대회는 규모에 따라 세계 100위, 50위 안에 들어야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서 "그러려면 랭킹을 올려야 하는데 현재 남자팀은 상대적으로 낮아 높은 등급 대회에 나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대회부터 꾸준히 출전해 랭킹 포인트를 얻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배드민턴으로서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된 게 기회가 될 수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노 메달 수모를 당했던 한국 배드민턴이 여자팀의 선전 속에 힘을 얻어 남자팀까지 부흥에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