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게 싸웠던 김무성…'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감개무량"

2015년 5월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 35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 정치인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박승춘 보훈처장은 따라 부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까?'

보수당이 정권을 잡은 시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때마다 제기됐던 물음표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됐다.  

18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의원들은 맞잡은 손을 앞 뒤로 흔들며 마스크가 들썩일 정도로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이를 위해 광주행 KTX 특별열차 안에서 악보를 보며 연습까지 했다고 한다.  

이준석 당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일부는 오른팔을 높이 들고 주먹을 불끈 쥐는, 이른바 '팔뚝질'을 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민주화 운동 세력이 '독점한' 제스처라 여겨지던 것이다. 보수 정당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이런 장면을 보며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그동안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답답함이 일거에 해소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제창 장면을 보면서 참 기분이 좋았다. 우리 정당에도 민주화 세력이 있는데, 마치 쿠데타의 후예들인 양 매도 당하는 게 항상 안타까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 대표직에 있었던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는 이유로 당내에서 '배신자'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박근혜 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제창하자는 당시 야당의 요구를 거절하고, 참석자 전원의 제창 대신 합창단의 합창 형식을 취했었다.

때문에 김 전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나란히', 보수 정당 의원으로서는 '외롭게' 노래를 불러야 했다. 바로 전날 광주민주화 운동 전야제에 참석했다가 물세례까지 받는 등 수모를 겪었지만, 김 전 대표는 이렇게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필요성에 진심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앞서도 그는 이명박 정부 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순서 자체가 공식 식순에서 빠진 것을 두고 비판적 입장을 취했었다.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체할 5.18 공식기념노래를 국민공모로 뽑는다고 하자 김 전 대표는 "5·18 기념식에서 오랫동안 불려왔던 노래를 왜 중단시켜 국론을 분열시키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유가족과 광주시민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맞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김 전 대표 입장에서는, 보수 정당이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민중가요라고 배척한다면, 해당 역사와 관련한 정당성을 오롯이 민주당이 가져가게 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게다가 민주와 노동 모두 보수 정당이 버릴 수 없는 가치다.

김 전 대표는 "가사 어디에도 반국가적이고 친북적인 내용이 없는데, 그동안 이념적 색채를 이유로 우리 당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적대시해왔다"며 "민주화 투쟁의 주제가를 이제 당당히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그동안 답답했던 게 완전히 해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념식에서 보여준 모습이 주목 받은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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