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3월 3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전국 순회설명회에 참석한 5인 이상 기업 93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68.7%가 '법을 이해하지 못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다고 15일 밝혔다. '법 내용을 이해하고 대응이 가능하다'고 답한 비율은 30.7%에 그쳤다.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한 조치와 관련해서는 63.8%가 '아직 조치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기업은 14.5%, 조치했다는 기업은 20.6%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기업에서도 조치를 했다는 응답 비율은 28.5%에 그쳤다. 조치를 했다고 응답한 기업의 세부 조치사항(복수응답)으로는 '안전문화 강화'가 91%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영진 안전경영 선포'(55.5%), '보호장비 확충'(53.5%), '전문기관 컨설팅'(43.3%) 순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으로 경영에 부담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기업의 80.2%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18.6%, '기타·무응답'은 1.2%로 집계됐다.
기업 규모에 따라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격차도 컸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86.7%가 안전보건 업무 전담 인력을 두고 있지만, 중기업(50~299인)과 소기업(5~49인)은 각각 35.8%, 14.4%에 불과했다.
안전보건 예산과 관련해서도 대기업의 경우 '1억원 이상' 편성했다는 비율이 61.0%로 가장 높았지만 중기업은 '1천만원 이하'(27.7%)와 '1천만~3천만원'(21.8%)이 다수였고, 소기업은 '1천만원 이하'(47.8%)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보완이 시급한 규정(복수 응답)으로 '고의·중과실 없는 중대재해에 대한 면책 규정 신설'(71.3%)을 가장 많이 요청했다. 이어 '근로자 법적 준수 의무 부과'(44.5%)와 '안전보건 확보 의무 구체화'(37.1%), '원청 책임 범위 등 규정 명확화'(34.9%) 등을 요청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법이 불명확해 기업이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명확한 의무내용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한 경영책임자를 면책하는 등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16일 관계부처에 6개 항목의 시행령 개정에 대한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요구사항에는 법상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구체적인 '중증도' 기준을 마련하고 '중대산업재해 사망자 범위'를 설정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경영책임자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조문도 신설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뚜렷한 산재 감소 효과는 없고 불명확한 규정으로 현장의 혼란은 심화되고 있다"며 "법률 개정은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시행령 개정을 우선 건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