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 36.4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편성을 의결하며 민심을 다잡자 더불어민주당이 규모를 47.2조 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은 받아들일 부분이 있다면 수용하겠다면서도 민주당이 내심 발목을 잡을 기세라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도권 싸움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정책으로 인해 영업이 제한돼 피해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370만 명에게 1인당 최소 600만 원 지급을 골자로 하는 추경안 편성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 방역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발생한 손실을 보상하는 일은 국가 의무"라고 말했다. 전날 국민의힘은 당정회의에서 '33조 원+알파' 수준의 추경안을 요구했고 정부가 수용했다고 밝혔었다.
정부여당이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사분란하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코로나19 손실 보상안을 진행하자, 민주당은 정부안보다 10조 가량이 증액된 47.2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정이 약 53조 원의 초과 세수 중 44조 원을 추경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만큼, 보상 범위와 수준을 더 넓혀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맹성규 의원은 "초과세수 53조 원을 뚝딱 만들어내는 정부가 충분히 이 정도는 마음을 먹으면 준비해서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정부의 시장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과 지난 대선에서 '50조 원 지원'을 약속했던 윤석열 당시 후보의 공약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대선 2차전'이라고까지 불리며 차기 국정동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6.1지방선거에 앞서 민심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신속한 추경안 처리의 배경이자 민주당의 '더 많은 지원 요구'를 단칼에 자르기 어려운 이유이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추경 증액 요구에 대해 "민주당과 협의를 하면서 타당성이 있다면 일부 받아들일 것이고 타당성이 없는 내용이라면 저희들 안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여야는 손실보상 지원의 주체가 자신들이라는 것을 어필하고 민심을 얻기 위해 '신속한 추경안 처리', '온전한 보상'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며 경쟁하는 모습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초과세수 일부는 국가부채 상환에 써야하고 적자국채 발행은 불가하다는 국민의힘과 초과세수의 여력을 십분 활용해 추경안에 반영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입장 차이가 분명하다. .
때문에 여야는 이번 달 추경안 처리 자체에 이견이 없음에도 재원 구성 방안과 그 규모를 놓고 신경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겉으로는 추경안의 신속한 심사에 협조한다지만, 내심 추경안 처리마저 발목을 잡을 기세여서 우려가 된다"고 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부의 재원 마련 방안 중 하나인)지출 구조조정은 국회를 통과한 기존 사업 집행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기업 활력과 성장 잠재력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