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가 세월호 참사 8주기 추모 지하철 광고 게재를 최종 불승인한 걸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3월 10일 불승인한 세월호 참사 8주기 추모 광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추모하는 게 무슨 문제라고 이러는 건지. 정권이 바뀌니 다들 거기에 맞춰가나 보다"라며 거절된 세월호 8주기 추모 광고 사진을 함께 올렸다.
사진에는 세월호 추모 리본과 함께 "얘들아 잘 지내니? 지금도 알고 싶습니다. 왜 구하지 않았는지. 진실을 밝히는 일 살아있는 우리의 몫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를 접한 한 누리꾼은 "선거 전후로 유의미한 일은 공기업 입장에서 안하는 게 낫다"며 공사 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밖에 "왜 구하지 않았냐는 문구는 정상적인 추모가 아니다", "세월호 관련 기록물도 제대로 공개 안 됐다" 등 참사의 진실을 두고 공방을 펼치는 반응이 뒤따랐다.
앞서 4.16해외연대(이하 해외연대)는 지난 3일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제4회 광고심의결과 통보서'를 공개했다. 해당 통보서를 보면, 지난달 29일 외부위원 9명이 세월호 추모 및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광고를 재심의해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방해될 수 있는 광고로 사료됨"이라는 이유로 게재 '불승인' 결정을 했다. 이날 출석한 위원 9명 중 7명이 게재에 반대하고, 2명은 찬성했다.
이에 따라 공사 측은 통보서에 공사의 광고관리규정 28조 3항 "재심의 결과에 대해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음"을 기재해 최종적으로 해당 광고를 게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 8주기 추모광고 심의는 지난 2월 17일 해외연대를 통해 최초로 신청됐다. 이후 한 달여가 지난 3월 10일 서울교통공사는 심의위원 9명 전원 반대로 광고 게재를 불허했다.
해외연대는 같은 달 21일 재심의 신청을 했지만, 당시 공사 측은 3월 중 심의 일정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 단체는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서울교통공사의 결정에 대한 진정 및 긴급구제신청에 나섰고, 이에 인권위는 진정을 받아들여 같은 달 28일 "광고 게시 여부를 재검토하라"는 권고 내용을 공사에 통보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4월 29일 재심의를 통해 또 '불승인' 통보를 받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7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도 제3회 광고심의위원회 서면결의서'를 보면, 지난 2월 해외연대가 심의 신청한 세월호 8주기 추모 광고에 대해 '정치적 활동'으로 오인될 여지를 들어 게재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이에 A위원은 광고 문구에 "의도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다"는 취지가 담겼다고 지적했고, E위원은 "더 이상의 진실 추구 행위는 사회적 비용만 증가 시킨다"는 체크리스트와 동떨어진 개인적 의견을 심의에 반영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해외연대는 SNS를 통해 공사의 '시간 끌기'라고 문제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당초 해당 광고를 세월호 8주기에 맞춰 3월 17일부터 4월 16일까지 한 달간 3호선 전동차에 액자 형태로 게재할 계획이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2월 심의 신청을 받고 3월에 심의하고, 3월 재심의 접수가 되어서 4월에 재심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세월호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은 1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건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일이라고 정치권에 누누이 이야기한다"며 "해외연대가 광고 심의 신청을 한 지 한참 지나 대선 직후에 불승인 통보를 한 게 시기적으로 공교로운데 오히려 서울교통공사 광고심의위원들에게 정치적 시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세월호 8주기 추모광고로) 정치적 논쟁거리를 만들려는 게 아니다"며 "세월호 침몰 원인이라든지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어야 온전한 추모가 시작되는 것인데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정치적'이란 관점으로 (심의) 진행하는 데 굉장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