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강촌라이프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일산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준공 30년차인 강촌라이프트는 마두역 역세권에 위치한 1558세대 대단지로 '일산 재건축 1호 단지'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인근 지역은 실수요가 많은 지역이지만 대선 이후 투자자들도 많이 들어왔다"며 "재건축을 기대하고 진입하는 분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20~30대 투자자들도 의외로 많은데 적은 투자금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소형 평수를 많이 찾는다"고 덧붙였다.
시범단지삼성한신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물 자체가 많지 않지만 대선 이후 그나마 있던 매물도 집주인이 거둬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수세에 대해서는 "대선 전 나왔던 급매는 대선을 기점으로 다 소화됐고 나와있는 매물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물은 평일에도 2~3명씩 보고 간다"며 "대부분 전세를 끼고 사두려는 투자자들"이라고 전했다.
새 정부 규제 완화 기대감에 1기 신도시 집값 高高
대선 후 두 달 동안 전국의 아파트 주간매매가격 변동률은 0.02~0.05%였지만 1기 신도시의 오름폭은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특히 1기 신도시의 대표주자 격인 분당과 일산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4월 마지막 주(25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오른반면 일산동·서구는 각각 0.18%씩 올랐고 분당구도 0.13% 올랐다.
각 신도시 '1호 재건축 단지'로 예상되는 분당 시범지구와 일산 강촌마을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선 이후 매수 문의가 이어졌다. 두 지역 모두 실거주 수요가 탄탄한 곳으로 꼽히지만 대선 이후에는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이른바 '갭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시장이 들썩이자 인수위는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검토중"(인수위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이라고 발표하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다음날 "공약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조속한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인수위 부동산TF 심교언 팀장)고 진화에 나선 상태지만 해당 지역은 아직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공약이니 하기는 할 것" vs "지방선거 지나면 조용할 것"
분당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1기 신도시 재건축 여부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당장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강남 등 주요 업무 지구와 접근성이 좋아 실수요가 탄탄한 만큼 정책적 불확실성으로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시범지구에 가족이 아파트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재건축을 당장 하면 좋겠지만 당장 하지 않아도 공약이었고 국정 과제로도 선정됐으니 결국 되지 않겠느냐"며 "분당을 재건축 하는 정도가 아니면 강남 접근성이 좋은 입지에 신규 주택을 공급을 할 곳이 없기 때문에 재건축을 하기 전에도 꾸준히 가격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시범지구에서 만난 62세 이모씨도 "서울 은마아파트나 여의도에 있는 아파트들도 아직도 재건축을 못하는데 1기 신도시만 재건축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이 공약을 했으니 5년 안에 뭔가를 하긴 하겠지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면 재건축은 아직 한참 먼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일산 강선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지방선거가 지나면 (1기 신도시 재건축 논의가) 조용해질 것 같다"며 "이번 정권에서는 뭔가 하나를 이야기해야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공약이긴 해도 지금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야기를 더 꺼내고 있는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산 강촌마을에서 만난 45살 박모씨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반신반의'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며 "단톡방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새 정부가 재건축 속도 조절을 한다고 하니 투자자들이 딱 끊겼다고 하던데 할 거라면 빨리 진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