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이 제자의 박사 논문을 사실상 표절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00년 6월 발행된 '정책분석평가학회보' 제10권에 '기술혁신정책의 지역네트워크 운용에 관한 연구 - 인천송도 미디어밸리 조성사업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그런데 이 논문은 김 후보자의 제자인 이모씨가 1999년 2월 한국외대 행정대학원박사 논문으로 발표한 '지역기술혁신 참여기관들의 네트워크(Network)와 역할에 관한 연구 - 인천 미디어밸리 사례를 중심으로'와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후보자의 이름으로 실린 논문은 20페이지인데, 사실상 이씨가 작성한 60여 페이지의 논문을 요약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서 의원 측의 주장이다. 제목과 부제가 흡사할 뿐 아니라, 연구의 기초자료인 현지 설문조사 대상도 거의 일치한다는 게 근거다. 나아가 분석 틀과 설문조사 결과를 담은 표가 동일한 것들도 발견된다.
서 의원은 "표현을 일부 수정하거나 설문조사대상을 나열할 때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의 순서를 바꾸는 등 표절을 숨기려 한 흔적도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 연일 제기된 의혹과 사실만으로도 교육부장관 자격이 없는데 논문 표절은 후보 이전에 학자, 교수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김 후보자는 이 논문으로 학술진흥재단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교육부 인사청문회준비단은 "두 개의 논문간 표절검사 결과 표절률이 4%"라면서 "박사과정생 이씨가 지도교수인 후보자의 연구활동을 지원·보조하면서 지도교수 관심영역을 박사학위 주제로 선택하고 후보자가 지원받은 연구비를 활용해 설문조사를 했으며, 지도교수는 여기에 더해 심층 개별면접까지 추가해 연구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김 후보자가 한국외대 총장 시절 학교의 교비회계 지출을 통해 각종 소송에 대응해왔고, 이같은 행위를 관례라며 옹호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15년 4월 1일 '박철 전 총장에 대한 한국외대 노동조합의 고발 건에 대하여 선처를 바라는 추가 탄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박 전 총장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 동안 총장으로 재임하며 노조에 대응하기 위한 컨설팅 비용과 변호사 수임료 등 12억 원을 교비 회계에서 지급해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기소된 상태였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입학금이나 수업료 등으로 이뤄지는 교비 회계는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탄원서에서 김 후보자는 박 전 총장을 두둔하며 "대학총장 업무 수행 시 학교의 안정을 위해 적기에 제반 쟁소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학교법인의 위임에 의해 소송에 대한 비용을 우선 집행하고 추후에 보전 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박 전 총장은 9년 전 최장기 대학노조 파업으로 언론에 크게 보도된 한국외대 노조 전면파업에 대해 학교 교육을 조속히 정상화하고, 잘못된 노사 관행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관례적으로 미리 사용한 것"이라며 "고의로 교비를 사용해 관계법령을 위반하려고 한 것이 아님을 특별히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실제로 김 후보자 역시 부적절하게 교비를 사용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법인 동원육영회의 2015년 2차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현 김인철 총장의 경우도 학교 법인의 위임을 받아 각종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며 "당해 회계연도가 종료되기 전에 법무비용을 보전해줘야 법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이 나오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김 후보자는 지난해 5월 국회 공청회에서도 '비리가 어느 정도 남아있더라고 사립대학에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는 등 사학비리의 장본인이자, 사학재단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자격 미달 후보자"라고 지적했다.
외대의 부당 교비 집행 문제는 결국 지난 2019년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교육부는 외대 측에 김 후보자와 박 전 총장에 대한 경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검찰에도 고발 조치했다. 다만 검찰은 2020년 2월 해당 건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