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병원 과다 투약 영아 사망…간호기록지 수정 정황

경찰, 압수수색 통해 확보한 간호기록 등 자료 분석

제주대학교병원 전경. 연합뉴스
제주대병원에서 코로나19 입원 치료를 받다 숨진 영아 사건과 관련해 간호사가 의사 처방과 다른 방식으로 약물을 투여한 내용이 담긴 의료기록이 수차례 수정된 정황이 드러났다.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3개월 여아 확진자가 병원 치료 중 숨진 사건과 관련해 제주대병원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간호기록지 등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이 확보한 간호기록 수정 이력을 보면 수차례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 첫날인 지난달 11일 오후 6시 58분쯤 작성된 기록에는 '당직 교수가 에피네프린 5㎎을 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약하라고 했지만, 확인해보니 정맥주사로 처리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2시간 뒤에 작성된 기록에는 당직 교수의 처방 내용만 통째로 삭제됐다. 피해 여아가 숨진 뒤인 지난달 12일 오후 9시 13분쯤 작성된 기록에는 간호사 처치 내용마저 모두 삭제됐다.
 
간호사는 보통 환자를 다른 병실로 이동시킬 경우 환자 상태를 공유하기 위해 환자 간호와 관련한 모든 정보와 환자의 상태를 기록한다. 여러 차례 수정을 해도 과거 기록은 남아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간호사가 왜 기록지 내용을 삭제했는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기록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조작하면 의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된다. 관련 기록을 모두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사실관계 확인 후 사유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대병원 압수수색 하는 경찰.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1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생후 13개월 된 A양은 재택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악화하자 제주대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양은 같은 달 12일 숨졌다.
 
치료 과정에서 담당 간호사가 의사 처방과는 다르게 약물을 투여했다고 병원은 설명했다.
 
"담당 의사는 호흡곤란을 겪던 A양에게 '에피네프린' 5㎎을 희석한 후 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약하라고 처방했으나, 담당 간호사는 이 약물 5㎎을 그대로 정맥주사로 놓았다"는 것이다.
 
에피네프린은 보통 기관지 확장 효과가 있어서 환자의 호흡을 편하게 하는 약물이다. 직접적인 투약 방식인 정맥주사로 넣을 경우 성인은 0.3~0.5㎎, 영아는 0.1㎎이 적정량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A양에게 치사량이자 기준치의 50배인 5㎎이 한꺼번에 투약됐다.
 
사과하는 제주대병원 관계자. 연합뉴스
특히 보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 간호사는 사고 직후 수간호사에게 알렸으나, 최종적으로 간호원장과 진료처장 등 집행부에 보고된 것은 나흘 뒤인 16일이다.
 
병원 규정상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24시간 내로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있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사고 직후 왜 집행부에 곧바로 보고되지 않았는지, 담당 간호사가 정맥주사를 놓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간호사 9명과 의사 2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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