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당심' 김은혜 국힘 후보…경기지사 선거 '대선 2차전' 촉각

당원 득표 압도, 거물급 유승민 눌러
출마 배경에 '윤석열 의중' 반영 분석
이재명 저격수 강조…대선경선 시즌2
柳, 배신자 프레임+연고 부족에 석패
본선 '윤심 vs 명심' 대선 연장 전망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김은혜 의원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지사 선거의 국민의힘 후보경선에서 초선의 김은혜 의원이 대선급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을 꺾었다.
 
대장동 저격수이자 윤석열 당선인의 대변인 출신으로 소위 '윤심(尹心)'을 업은 김 의원이 본선 티켓을 쥐면서, 경기지사 선거가 '대선 2라운드'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尹心따라 당원표 쏠림…경선서 '이재명 뒤집기' 집중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공천신청자 면접이 열린 가운데 먼저 면접을 보고 나오는 김은혜 의원과 면접을 위해 들어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22일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경선 결과에 따르면 김 의원은 책임당원 투표(5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50%) 합산치에 현직 의원 감점을 적용해 최종 득표율 52.67%를 기록, 유승민 전 의원(44.56%)을 8%P 이상 앞서 당내 경기지사 후보 공천을 받았다.
 
김 의원은 일반 여론에서는 유 전 의원에 뒤졌지만, 당원투표에서는 압도적 득표율로 우위를 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이 홍준표 의원을 조직표로 눌렀던 대선경선 '시즌 2'라는 얘기가 나온다.
 
경선 발표 직후 김 의원은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수도권이란 이름으로 서울과 함께 묶여 불공정하게 대우받았던 시대를 끝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달 초 대변인직을 전격 사퇴하고 등판한 김 의원의 출마 배경에 대해 본인은 "윤심이 아닌 민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윤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경선 내내 이재명 저격수 이미지를 고수하며 '정권교체의 완성'을 거듭 호소한 것도 윤심이 김 의원을 향하고 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경선 TV토론에서 그는 "이재명과 민주당 시대를 끝내는 선거가 돼야 한다"며 토론의 주된 공격 대상으로 유 전 의원이 아닌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겨냥했다.
 
특히 과거 이 전 지사의 도정을 '부패사슬'과 '기득권 카르텔'로 규정하며 대선 최전방 공격수 출신으로서 기존 의혹들을 적극 소환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국민의힘 내부 조직 역시 김 의원에게 힘을 싣는 분위기였다. 도내 중량감 있는 국민의힘 전·현직 정치인들이 '정권교체 연장선'을 강조하며 잇따라 지지선언을 한 것.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선 때 이 전 지사에게 밀린 경기도에 깃발을 꽂아 국회 여소야대 정국을 극복하고, 향후 국정운영을 위한 동력을 다지기 위해 '반(反)이재명' 카드를 택한 셈이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윤심으로 보수 내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여 당심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며 "이재명의 재기를 막고 경기도를 탈환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
 

당심 얻지 못한 유승민 '고배'…경선 흥행 기여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전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반면 두 번 대선을 치른 4선의 거물급인 유승민 전 의원은 중도 확장성을 앞세우며 선전을 기대했지만, 끝내 고배를 마셨다.
 
이를 두고는 경기도에 연고가 없고 박근혜 탄핵 국면에서 비롯된 '배신자 프레임'에 발목이 잡힌데다 이른바 '윤핵관'의 장벽을 극복하지 못한 게 결정적 패인이라는 분석이다.
 
유 전 의원 역시 이를 의식해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가 곧 대한민국이다", "서운한 마음 풀어달라. 보수혁신을 위한 소신이었다"고 호소한 바 있다.
 
국민의힘 대선경선 이후 스스로 정계은퇴 고민을 털어놨던 만큼, 이번 경선 패배가 그에게는 뼈 아플 수 밖에 없다.
 
다만 김 의원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비방전 없는 품격 있는 선거운동으로 국민의힘 경선 흥행을 견인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바람을 극복하지 못한 것은 물론, 아직 당원들 마음에는 유 전 의원에 대한 원망감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초선 의원에게 진 것이 치명적이긴 하지만, 당내 경선의 컨벤션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김 의원도 유 전 의원을 향해 "감사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선배님의 공약을 경기도의 미래에 녹여내고, 선배님께 경륜과 지혜를 구하겠다"고 위로했다.
 

본선은 '윤심 vs 명심' 대선 연장전 구도

 
전문가들은 이재명의 경기도 뒤집기에 방점을 찍어온 김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으면서 경기지사 선거가 '윤심'과 '명심'이 격돌하는 대선 2차전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경선후보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안민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조정식 의원 모두 '이재명 계승'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 평론가는 "특검 씨름을 하다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대장동 이슈가 또다시 김 의원의 공격무기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며 "이재명과 윤석열 마음을 받아 출전한 여·야 후보들이 대선 연장전을 치르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평론가도 "행정경험 등 경륜이 부족한 김 의원은 이재명 지우기를 위해 정치적 프레임 싸움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와 달라지는 게 없는 만큼 내심 대선에 이은 연승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역 국회의원인 김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되면서 김 의원 지역구인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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