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발하며 사퇴 의사를 밝히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당혹스러워 하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김 총장의 사퇴는 예상했던 반응이라며 법안 통과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엇갈린 의견도 나온다.
우선 당 내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수완박을 강행하면서 생기는 정치적 부담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상대적으로 민생과 거리가 있는 주제를 두고 정쟁이 깊어지면 불리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개혁이라는 건 속전속결로 끝내야 하는데 점차 정치 싸움으로 크게 비화되고 있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향후 지방선거까지 고려하면 우려가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총장 사퇴 이후 국민의힘은 바로 입장을 내고 "악(惡)을 소탕해야 할 검찰을 되레 악(惡)으로 몰아가며, 자신들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인사폭거와 의회폭거도 서슴지 않으며 길들이려 한 문(文)정권과 민주당이 자초한 결과"라며 "마지막까지도 민생은 외면한 채 법치주의마저 흔드는 이 정권과 민주당을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현 정부에서만 검수완박 관련으로 인해 검찰총장 두 명이 임기 전 사퇴한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앞서 윤석열 당시 총장도 검수완박 법안 추진에 반대하며 지난해 3월 사퇴한 바 있다.
여기에 검찰 내에서 줄사표 등 집단행동이 이어질 경우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 11일 전국검사장회의에서는 "검사장들도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며 총사퇴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서울북부지검 이복현 형사2부 부장검사를 비롯해 창원지검 김수현 통영지청장, 서울북부지검 김정환 형사3부장은 검수완박에 반발하며 사의를 표했다.
반면 김 총장의 사퇴는 예정된 수순이므로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김 총장이 직을 걸고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의사는 이미 표시한 바 있어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며 "오히려 공직의 장이 개혁에 반대하며 직을 던지는 게 이상한 상황 아닌가"라고 전했다.
민주당도 공식 입장을 통해 흔들림 없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현영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본분에 충실하도록 조직을 관리해야 할 총장이 이렇게 물러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우리 형사사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의 입법이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검수완박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정의당이 김 총장 사퇴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도 민주당 입장에선 고무적이다. 앞서 정의당은 검찰개혁의 큰 틀에는 동의하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비판한 바 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김 총장 사퇴를 겨냥해 "마치 검사동일체의 조직을 지켜내기 위한 희생인 양 보일 수는 있겠지만 시민의 공감이나 신뢰를 구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검수완박 추진에 대한 외부 반발이 거셀수록 당 내부에서는 강행 처리에 대한 결집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에 입법 강행에 동의하지 않았던 의원들이 외부 총공세에 대항해 법안 처리에 동조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최측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장관 후보자로 임명하면서 당내 '매파'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 점도 결집력 강화 관측에 힘을 싣는 지점이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연다. 당초 김 총장이 회의에 참석해 검수완박에 대한 반대 입장을 호소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전격 사퇴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