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내각 인선과 관련해 보수 진영과 지지층 내부에서도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들조차 각을 세우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14일자 '새 정부, 마음 열고 널리 인재 구했는지 의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운석열 당선인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데 대해 "검찰 인사권에 민정수석실 역할까지 더해진 막강한 자리에 최측근을 앉힘으로써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법무에 논란 많은 한동훈 지명…檢공화국 비판 왜 자초하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동훈 카드는 법무부와 검찰을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자가 직접 수사 지휘는 하지 않더라도 한직으로 밀려났던 '윤석열 사단'의 검사들이 주요 부서에 전진 배치돼 현 정권 관련 수사에 나설 경우 정치 보복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
조선일보조차 사설에서 "한동훈 후보자는 수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먼지털기식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비판도 동시에 들었다. 증거를 통해 죄를 입증하는 것과 죄를 만들기 위해 증거를 억지로 얽어 붙이는 것은 다르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전날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 인터뷰에서 "집권 초 첫 내각의 법무부 장관에 자기 사람을 앉힌다는 것은 법무부, 검찰, 사법체계를 대통령 휘하에 두겠다는 이야기밖에 안된다"며 "나도 같은 편이지만 인사를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윤 당선인이 안철수 인수위원장과의 공동정부 구성 약속을 어기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 중심으로 '편협한 내각'을 꾸린다는 쓴소리들도 이어졌다. 윤 당선인 지지자들 중에서는 일부 후보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4년 후배이고, 윤 당선인과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보건복지 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역량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호영 후보자에 대해서는 "벌써 여성 폄훼 논란과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병원장 재직 때 딸과 아들이 해당 대학 의과대학에 편입한 과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50대 후반에서 60대인 서울대와 영남 출신이 다수고 호남출신은 1명, 여성 후보자는 3명에 그쳤고, 안철수 위원장측 인사는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내각 후보자 16명은 다양성과 참신성 면에서도 부족하고 윤 당선인과 인연이 닿은 좁은 인력 풀에서 지나치게 엘리트 중심으로 편협하게 내각을 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보수 정부에서 몸담은 이들이 대다수고, 혁신적인 외부 인재나 덕망있는 진보 인사의 영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진중권 작가도 13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민주당에서 (검수완박) 똥볼을 찼는데 저쪽(윤석열 당선인측)에서 역시 (한동훈을 임명해서) 똥볼을 찼다"며 "양쪽에서 표 떨어지는 걸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선 때부터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해온 김석수 직접민주연구원 원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윤석열 당선인의 장관 인사는 감동이 없는 최악"이라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여야가 협력하는 국민통합정치가 사라졌고, 서울대 출신 엘리트 중심 철인정치가 들어섰으며, 안철수와의 공동정부라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혁신을 할 수 없는 '무난이즘' 관료출신을 적지않게 기용했고, 지역과 여성과 청년을 배려하지 않고 내 맘대로 인사를 했다"며 "결국 윤 당선인이 아는 친구와 선후배 등만 능력자가 됐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친이-친박에 둘러싸여 방향감각을 상실해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의 최대지지 그룹인 20대 남성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게시판에는 정호영 복지부 장관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이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하기 전 아버지가 고위직으로 있던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이력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
한 회원이 "제2의 조국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게시물을 올리자 "낙마가 아니라 이건 수사를 해야 되는 사안이다. 조국 사태와 뭐가 다른가", "완전 아빠찬스다", "공정과 상식을 말할 거면 정호영은 빼는 게 맞다", "사전에 철회하지 않으면 역풍이 분다"며 동조하는 의견들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