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 재직 시절 비정규직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내부 규정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받고도 임기 내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사회복지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로서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적절한지 물음표가 붙는다.
14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장 재직 시절인 2019년 6월 국가인권위윈회(인권위)로부터 병원 내 비정규직 경력 인정 차별 규정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받고도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귄위의 해당 권고는 2010년부터 경북대병원 영상의학과 소속 방사선사로 근무한 A씨의 진정에서 시작됐다. A씨는 경북대병원에 입사 전 다른 상급종합병원 두 곳과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한 곳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었지만 호봉 산정 시 인정받지 못했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일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당시 경북대병원은 내부 규정에 병원 소속 계약직·임시직으로 일했을 경우 각각 100%와 60%의 경력을 인정하지만 다른 상급종합병원과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은 '정규직으로 일했을 경우'만 각각 80%와 60%의 경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경북대병원은 이에 근거해 "타 병원 비정규직 경력의 경우 근로조건, 담당업무, 근무기간을 입증할 자료제출의 한계와 정확성 판단의 문제로 호봉 적용이 어려워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비정규직 경력 인정 여부는 병원의 재량 범위로 차별이 아니라고 인권위에 주장했다.
하지만 인귄위의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A씨는 입사 전 해당병원에서도 방사선사로 근무했고 경북대병원에서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계약직 근로자로 근무했다 하여 수행한 업무의 성격 및 중요도가 정규직과 비교해 현저히 다르다거나 낮게 평가받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북대병원의 비정규직 경력 불인정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고용 차별 행위라며 ①A씨의 타 병원 비정규직 근무 경력의 가치를 다시 심의할 것과 ②유사한 차별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인귄위의 이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기관장이었던 정 후보자는 1년 넘게 인귄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듬해 8월 경북대병원장 직위에서 물러났다. 이후 인권위는 해당 규정에 대해 추가 진정이 접수돼 같은 해 11월 다시 개정을 권고했고 경북대병원은 재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관련 내용이 법에 따라 지난해 4월 언론에 공표된 후에야 일부 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권고 결정은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사회복지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한 내부 목소리에 사실상 눈을 감은 셈이어서 정 후보자가 관련 정책을 총괄할 복지부 장관으로서 적합한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측은 당시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이유와 입장을 묻는 CBS노컷뉴스 취재진 질문에 "정확한 상황을 파악중"이라고 답했다. 정 후보자에게도 전화와 문자를 통해 연락했지만 답변은 듣지 못했다.